6일차, 벌룬 투어, 이스탄불로 돌아오다

 

새벽에 알람 소리에 깬다. 대충 씻고 리셉션에서 Pick up 차량을 기다린다. 차량에는 어제 추리닝 바람으로 만났던 아가씨와 조우. 어디론가 이동 후 독일 할베들 잔뜩 탄다. 어느 식당 같은 곳에서 빵과 차를 마시며 아침이 되기를, 그리고 벌룬 투어가 가능한 기상인 지를 기다린다. 날이 밝으며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열기구에 바람을 넣고 있다. 어디선가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그래서, 독일 할베들과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 우리 일행, 혼자 여행중인 아가씨가 한 바가지에 타고 이륙한다. 조용한 상승. 순간 가슴이 쫄깃해진다. 열기구에서 맞는 아침 햇살은 좋다. 카파도키아의 이국적인 풍경 또한 관광객들을 매료 시키기에 충분하다. 2월이라 풍경들이 초록색이 아닌 것이 아쉽다. 한 시간쯤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 착륙 지점에는 열기구를 탑승 기념으로 메달과 삼페인도 준다.



 

기구에 공기 채운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아가씨랑 같이 탑승


출발~!


퍄샤바~. 멋진 풍광을 선물해 준다.


상승할 때 심장이 쫄깃해진다.


다른 열기구 팀들


열심히 촬영 중인 나.




파샤바~!




도착하면 메달과 샴페인 준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 식사. 좋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제 그 Tour Agency. Underground city 언제 갈 거냐? 10 O’clock? Ok~! 어제 Tour Agency에서 벌룬 투어를 예약하면서, 한 가지 더 예약을 했다. 우리 내일 오후에 카이세르 공항에 가야 하기 때문에 내일 1시까지의 Tour Guide와 차량, 공항 픽업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 친구 머리를 굴리더니 100유로를 제안한다. Deal~! 그래서 잠깐 동안이지만 교통편 신경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오전 시간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파카도키아에서 찾는 곳, Underground city로 간다. 이 곳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박해를 받아 이곳으로 오면서 땅 속에 바위를 파내고 살았던 곳이다. 그 길이와 규모가 엄청나다. 땅속 바위가 손으로 비비면 잘게 모래로 부스러져 동굴 만들기는 쉬웠을 것 같다. 누나는 밀폐공간의 답답함인 지 1차 코스를 돌고 밖으로 나간다. 나는 예정된 코스를 모두 돌고 나온다.(여행은 체력이 재산이다. 죽기 전에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밖으로 나오니 언제 사진을 찍었는지 내 사진을 접시에 프린트해 팔고 있다.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내 얼굴이 박힌 접시를 샀다. 기념품.

 

Underground city에서..


괴레메 우측에 있는 악마의 눈 나무..


파카도키아의 독특한 지형.

 

생각보다 시간이 남았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 생각이니 시간을 여유롭게 잡았는데 이렇게 전속 Guide가 생기니 좀더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 Nice View Point로 가달라고 하니 괴레메 우측의 Valley와 파샤바로 간다. 괴레메는 어디를 가나 독특한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카파도키아를 뒤로 하고 카이세르 공항으로 이동한다.

 

카이세르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국내선 항공기을 이용해 이동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이스탄불까지는 1000Km가 넘는다. 다시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그리고, 비행기 할인 티켓이 저렴해서 오토뷔스나 기차 티켓이나 비슷하다. 이스탄불로 돌아가 다음날 이스탄불을 돌아 다니면 이 여정은 끝을 맺는다.

 

 


지방 공항이라 그런 지 버스 타고 활주로로 가서 비행기로 걸어간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혹시 몰라서 안전을 위해 조그만 주머니 칼을 하나 준비했다. 짐 검사에서 걸렸다. 핸드케리용 배낭에 넣은 것이 잘못이다. 경찰에 불려 가서 어떤 조서를 쓰고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에서 이것으로 찾으라는 안내를 받는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 칼을 찾느라 생~ 쑈를 한다. 아무리 찾아도 경찰서는 보이지 않고, 공항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하면서 겨우 찾았다. 버려도 될 것 같은 칼인데, 뭘 찾겠다고..

 

국내선은 찬밥인가? 활주로에서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이륙. 이스탄불까지는 금새 간다. 기차로 갔으면 밤새 갔을 거리를 두 시간 남짓 도착한다. 주머니칼 되찾느라 Police Station을 찾는데 마무마구 헤멘다. 결국, 검색대 옆 개구멍을 지나 칼을 찾아 다시 들어온다. 삽질이다. 일주일 전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을 때처럼 트램을 타고 다시 숙소로 이동한다.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숙소까지 또 헤맨다. 구굴 지도는 진리다. 알바니스 호텔 도착한다. 같은 값이라도 이스탄불의 호텔 객실의 크기와 지방의 호텔 객실의 크기는 현저히 다르다. 코딱지만한 숙소. 뭐 어쩌랴? 피곤한 몸을 누인다.

 

여장을 풀로 천 개의 상점이 있다는 그랜드 바자르(시장)를 보러 간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그랜드 바자르를 빙~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손으로 이쪽으로 가야지 하는데도 이쪽으로 가야 한단다.  3TL이면 충분할 거리를 뱅뱅 돌아 한참 만에 와서는 30TL을 달랜다. 택시 기사는 알아 들었을까? 내가 한국말로 욕을 한다는 것을. 한 바탕 욕을 해주고는 10TL을 던져주고는 택시를 내려 버렸다. 다행히 따라 오지는 않는다. 여행이 바가지도 쓰고 욕도 하고 뭐 그러는 거지 뭐.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 저녁 8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그랜드 바자르의 대부분의 상점은 이미 닫았다. 그래서, 숙소까지 천천히 걸으며 이스탄불의 거리를 바라 본다. 그러다 어느 음식점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 이것 저것을 선택해서 저녁 식사를 한다. 이제 내일 하루 종일 이스탄불을 돌아보면 터키 여행을 마치게 된다.

 

조촐한 국내선 기내식


욕을 한바가지 해주고 나오는 순간.. 이걸 어떻게 찍었지?


음식들 중에 골라서 먹는다.




  이스탄불에서의 저녁 식사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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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침대 칸이 있는 기차 여행, 그리고 카파도키아

 

기차는 밤새도록 어디론가 이동한다. 선잠을 자다가 깨면 어딘가의 간이역에서 잠깐 섰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아마 지나치는 역 중에는 파묵칼레의 역도 있으리라. 우유빛 온천에 발을 담그지 못해서 아쉽다. 기차의 침대에서 자는 잠치고는 그래도 푹 잤다. 전날 땡볕의 강행군이 한몫 한 것 같다. 깨어보니 5시를 지나고 있다. 도착 2시간 전이다. 도착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다. 누나가 역무원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더니 연착~! 1시간쯤 늦어진단다. 터키의 기차 여행은 저렴하고 밤을 이용한 이동으로 숙박비도 절약할 수 있는 반면에 예정된 시간은 시간이고 출발과 도착은 자기 마음이라는 단점이 있다. 안내도 안 해준다. 알아서 눈치껏 간다.

 

콘야는 부르사에서 보았던 세마 의식의 본고장이다. 메블라나교의 발상지. 일정 계획을 짜면서 콘야에서 1박을 하면서 메블라나교 사원이나 관광지를 더 둘러볼 생각도 있었으나 여행 계획이 보름쯤 되면 모를까?

 

콘야의 기차역에서 내리니 12시간 40분의 승차시간. 콘야의 아침은 서늘하다. 셀축과는 또 다른 날씨다. 터키에는 항상 7 Season(7개의 계절이 상존)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기차역은 소박하다. 별 시설도 없다. 터키 중남부에서 비교적 큰 도시인데도 기차역은 작다. 안내책자를 얻어서 오토가르까지 버스로 이동하려 했으나 안내소도 안내책자도 없다. 예쁜 무슬림 아가씨에게 오토가르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I am also stranger.”(나도 여기 처음이야).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오토가르”. 달린다. 구글 맵에서는 가까운 거리였는데 꽤 한참을 달린다. 38TL(리라). 비싸다. 터키에서 지불한 택시비 중 가장 비싸다. 바가지인가?

 

콘야의 오토가르(버스 터미널). 뭐 이렇게 작냐? 몇 개의 오토뷔스 회사에 요금을 물어 본다. 처음 물어 봤던 회사는 요금은 45TL, 잠시 다른 오토뷔스 회사의 금액을 물어보고 다시 오니 30TL을 부른다. 표 끊고 탑승.

 

콘야의 기차역. 작다.


왜 이러고 사진을 찍는거여?

 

셀축과 달리 넓은 고원지대를 달린다. 끝없이 이어진 길. 여기는 크루즈 컨트롤이 필수겠다. 3시간을 달려 네브쉬히르의 오토가르(터미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도착하면 괴레메 연결편이 바로 있을 줄 알았다. 오토뷔스를 이용하면 터미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세르비스)이 공짜(Free Ticket). 바로 있을 줄 알았던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은 텅 비어 있다. 물어봐도 모른다. 한 참을 헤메다가 어떤 젊은 무슬림 청년에게 물어보니 Too Late~! 젠장~! 결국 돌무쉬를 타고 네브쉬히르 시내로 이동. 택시가 50TL이면 괴레메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을 쌩까고 돌무쉬에 오른다. 가고 또 가도 어린 돌무쉬 기사는 우리더러 내리라는 말을 안 한다. 한참을 갔을 무렵, “내려”. 내리니 또 어디로 가야하나? 내린 정류소의 노선버스에 괴레메 행 버스가 없다. 다시 물어보니 여기 말고 저쪽 정류소. 또 배낭과 가방을 질질 끌고 이동한다. 밤새 이동하고, 버스로 또 3시간을 이동하니 피곤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 물어본다. 선글라스를 낀 젊은 아가씨가 말한다. “10분 후에 올거야”. 멀뚱하니 서 있으니 괴레메 팻말을 붙여 놓은 하얀 돌무쉬가 온다. 반갑다.

 

네비쉬히르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돌무쉬에서..


괴레메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일정 체크..


드디어 도착한 호텔.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살려서 만든 호텔인데.. 일종의 자연 파괴..

 

30분쯤 달리니 카파도키아의 특별한 지형이 눈앞에 나타난다. 차는 무심히 달린다. 괴레메 정류장 도착. 호텔까지 걸어야 하나? 지치는데? 여행 안내소가 보인다. 이 호텔 어디냐? 예약했나? Yes! Free pick up service 불러줄까? Free? Yes!. 불러줘. 지쳐 있었는데 잘 됐다. 괴레메의 호텔은 이번 여정 중에 가장 비싼 호텔을 잡았다. 전날 기차 여행이 있고 15시간 이상을 이동하였기에 무척 피곤할 것 같았다. 그래서, 넓고 시설 좋은 호텔을 잡았다. 체크인 하고 투어 상품을 소개해주는데 비싸다. 셀축의 간이역에서 만난 빡빡이 대학생이 준 정보보다 훨씬 비싸다. 다른 곳에서 벌룬 투어를 예약할 생각으로 투어 상품은 패스하고 객실로 들어간다. 피곤 피곤 피곤.. 둘이 널부러져 한참을 쉰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빠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의 침식 작용으로 생성된 독특한 지형을 열기구를 타고 보는 투어 상품이 단연 인기다. 독특한 지형의 계곡을 MTV를 타고 가보는 것도 좋다. 직접 걸어서 로즈벨리나 파샤바를 가보는 것도 좋다. 몸은 힘들지만 괴레메에 체류하는 약 24시간 동안 가장 유명한 곳과 상품은 다 체험해 보았다. 결론은, 카파도키아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만한 독특한 지형과 훌륭한 Nice View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그 훌륭한 자원을 조금씩 갉아먹는 느낌이다.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자연 환경으로 먹고 산다는 느낌이랄까?

 

기운을 차리고 투어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간다. 50미터쯤 갔을까? Tour Agency가 보인다. 괴레메에는 벌룬 투어(열기구 체험)MTV, 각종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Tour Agency가 수십 군데가 있다. 호텔이 메인 거리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이 Tour Agency도 여행사들이 밀집한 거리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셈이다. 좀 쌀래나? 들어가서 물어본다. 벌룬 투어 얼마냐? 100유로. 호텔에서 50미터 걸어왔는데 호텔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30유로나 싸다. 셀축의 빡빡이 학생이 얘기해 준 가격과 동일하다. 벌룬 투어를 예약하고(카드로 하니 5유로 더 달랜다.), MTV를 물어보니 멀뚱히 우리 둘을 쳐다보더니 100TL!, OK! 언제 할건데? Right Now~! 전화하니 Pick up하는 무슨 리어카 같은 차가 온다. Agency에서는 100TLMVT 대여, 안내, 보험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하더니 장비 대여소에서는 보험은 없는 비용이니 알아서 하라고. . 걍 타지 뭐.. MTV 탈만은 했지만 안전에 신경이 쓰이는 나로서는 좀 위험하다. 운동 신경이 없거나 여자가 몰다가 사고내기 딱 좋다.

 

MTV를 타고 거리로 나가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다. 누나는 무섭다고 GuideMTV를 탄다. 얼마쯤 갔을까? 저만치 구멍이 숭숭 뚤린 절벽이 보인다. 가이드가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린다. 이 친구에게도 영어는 외국어고 나도 외국어이니 어렵다. 단지, 기독교도들이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했고 동굴과 바위에 구멍을 뚫고 살았다는 정도를 알아 듣는다. 바위가 석회암이 있어서인 지 손으로 문지르면 쉽게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 구멍을 파기가 쉬울 것 같다. 피곤함이 겹쳐서 사진을 찍는 둥 마는 둥 하니 다시 가잔다. 누나는 내 뒤에 타랜다. 내 뒤에 태운 이유가 있었다. 맨날 똑같은 가이드를 하니 지겨운가 보다. 가는 길에 MTV를 가지고 온갖 오도방정을 떤다. 묵묵히 따라간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Love Valley. 계곡은 정말 신기하다. 어쩌다 이런 지형이 만들어졌을까? 수 백만 년, 영겁의 시간이 이 같은 풍경을 만들었으리라. Rose Valley로 이동하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대여소로 돌아와 MTV를 반납하고 천천히 시내를 구경한다.

 

누나의 사진에는 셀카로 이렇게 찍은 사진이 많다. 가이드 뒷좌석에 앉아 찍은 사진.


.. 독일군 같다. 



Love Valley의 풍경들. 사람들을 끌어 들이기 충분할 만큼의 Nice View를 선사해 준다.

 

한국 식당도 있고, 많은 Tour Agency가 있다. 어느 식당 앞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중국이나 한국의 대학생들의 배낭 여행 같다. 내가 여유가 좀 있었으면 그들에게 밥 한 끼라도 사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좀 먹긴 먹었나 보다. 누님이 고르고 골라 들어간 식당이 술탄 레스토랑(Sultan Restaurant). 맛은 뭐 그닥.. 배를 채우고 나온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과일이나 좀 살까 싶어 근처 상점에 들른다. “안녕하세요젊은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추리닝 바람에 과자를 고르고 있던 한국 아가씨와 만난다. 이 친구를 다음 날 벌룬 투어에서 만나고 열기구도 같이 타게 된다. 백일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왔단다. 혼자 여행을 다닌다니 대단하다.

 

호텔에 돌아오니 리셉션 데스크에서 부른다. 벌룬 투어 예약했지? 했지. 05:20Pick up이지? 그렇지. Tour Agency에서 연락이 온 모양이다. Pick up 시간이 04:50분으로 바꿨단다. 벌룬 투어는 새벽에 모여 열기구를 타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재미가 좋다. 어제 밤부터 이동하고, 이곳에서 MTV를 타고 여행이 중반으로 접어드니 피곤하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욕조가 있는 객실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 힘드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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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셀축은 기원전부터 번성했던 도시이다. 터키 여행 루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 식당도 2군데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 천년 전의 영화를 간직하고 있을 뿐 마을은 크지 않다. 조상들이 남긴 과거의 유산으로 살아가는 듯 하다.

 

http://istanbul.tistory.com/entry/%EC%97%90%ED%8E%98%EC%88%98%EC%8A%A4Ephesus-%ED%98%84%EC%9E%AC%EB%AA%85-%EC%85%80%EC%B6%95-SELCUK

셀축에 대한 자료

 

조그만 호텔, 우리나라로 치면 펜션 같은 숙소에 투숙객은 우리밖에 없다. 아침 식사하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다. 관광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 지 음식도 인스턴트 위주로 그냥 저냥 배를 채운다. 호텔 메니져는 에페소 관광루트를 알려준다. 에페소와 아르테미스 신전을 보고 쉬린제 마을로 넘어가는 루트를 잡아본다. 루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먹는 거이 남는 거임. 잘 먹자. 이 날, 허벌나게 걸었다.

 

에페소 관람은 보통 북쪽 게이트로 택시를 타고 가서 남쪽 게이트로 나와서 돌무쉬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택시 요금은 약속된 바가지 요금이 적용된다. 비싸다. 어쩔 수 없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 한 무리의 독일 노인 여행객들을 따라 귀동냥으로 해설을 들으며 이동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기원전 몇 세기에 세워지고 번성을 누렸던 것들이지만, 역사적 감흥은 글쎄.. 커다란 원형 극장, 도서관 흥미롭다. 수 천년 전의 공중 화장실에는 왠지 2000년 묶은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2월의 지중해의 태양은 뜨겁다. 1시간 남짓 남쪽 게이트로 오는데 헉헉~ 거린다. 살을 빼야지. .

 

에페소의 풍경들


독일 할베들


에페소의 거리


2000년 전의 화장실. 똥냄새가 나는 듯하다.


2000년 전의 도서관.


고대 로마시대쯤의 문자. 인간의 역사란



2000년 전에 이곳에서 살았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란 주문에 지은 표정..은 무슨.. 덥다.


이 사진 왠지 큰누나 같다.


찍어 달래서 머리만


남쪽 게이트에 나오니 돌무쉬 몇 대가 서 있다. 그걸 타고 갈 요량을 하고 있는데, 누나가 지도를 보더니 아르테미스 신전, 멀지도 않은데 걸어가자~! 거리감 없는 우린 누님. 걸어가기엔 좀 먼 거리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도 초행이라 누나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 그러나, 2월의 지중해의 햇살은 뜨겁다. 땀은 삐질삐질, 날은 덥고 두꺼운 겨울 옷, 휙휙 지나가는 차량 행렬.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아르테미스 신전이 나온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그냥 기둥 하나만 서 있는, 뭐 이런 게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7대 불가사의라고 한다. 기둥이 127개나 있는, 건축 기간이 120년이나 걸린 웅장한 건물이라고 한다.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이교도의 신전은 철저히 파괴되고 127개의 기둥에 파괴되어 교회와 사원을 짖는 건축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여기의 기둥을 빼서 500Km나 떨어진 이스탄불의 건축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암튼, 아르테미스 신전은 기둥 하나 보고 끝이다. 

 


사실 볼거리가 이게 전부다. 뒤에 있는 기둥 하나..

 

http://blog.daum.net/rollei66/16884636

사도 요한 교회 & 아르테미스 신전

 

또 걷는다. 셀축 시내로 걸어가다 보니 한국 식당이 2개나 있다. 이 먼 곳까지 한국인이 와서 살아가고 있다. 셀축 터미널에 가서 쉬린제로 가는 돌무쉬를 탄다. 쉬린제 마을은 지중해 연안, 산 중턱의 조그만 마을이다. 원래는 그리스인들이 개척한 마을이나 터키와 그리스의 주민 교환 정책에 의해 현재의 쉬린제 마을이 되었다. 터키에서 그리스풍의 집들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농촌의 관광지가 그렇듯, 처음 관광지로 소개될 때는 소박한 그리스 풍의 전원 마을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상업화된 쉬린제를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온통 상점들을 만날 뿐이다. 좋았던 것은 쉬린제 마을로 가는 동안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올리브 나무의 풍경이다. 쉬린제는 올리브로 만든 와인과  식재료, 비누 등을 팔고 있다.

 

쉬린제에서 다시 한 번 전통 터키식 커피를 맛 보았다. 그리 뜨겁지도 않은 모래에 물과 커피를 넣은 포트를 올려 놓고 기다리면 부글부글 거품이 오르고 그것을 바로 커피잔에 부어 마신다. 무척 쓰고 커피 가루가 입안에 돌아다닌다. 설탕을 넣으려 하니 같이 동석한 이슬람 가족이 넣지 말랜다.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각설탕을 이빨로 물고 커피를 마신다. 원래 그런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말레이지아에서 마셔 본 터키식 커피도 바닥에 커피가루가 한 가득 담겨서 나온다. 스푼으로 섞으면 안된다. 그냥 위에 커피만 마신다. 이 커플은 특이하게 여친과 남친, 그리고 여친의 부모와 같이 여행 중이다. 예비 사위와 장인이 함께 여행 중인 다소 우리가 보기에 의아한 상황이지만 그들은 이렇게 여행 중이다. 내 카메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가격을 알려주니 놀라워했다.

 

Turkish Coffee..







쉬린제에서 만난 커플. 여자친구의 아빠랑 여행 중이다.

 

쉬린제 마을에서 돌아오니 점심 때가 지나 있다. 오전 내내 땡볕에서 걸었고, 쉬린제 마을에서 걸어 다녔더니 지친다. 다리도 아프다. 투어 가이드 책자에 소개된 식당을 찾느라 헤매고, 정작 찾아 갔더니 없다. 옆집 식당 사장이 말한다. 망했어~! 옆집 식당에 털썩 주저앉아 점심을 먹는다. 식당 이름이 오전에 보았던 아르테미스 신전과 똑같다. 점심 먹고 좀 쉰다. 힘들다.

 

오전의 고된 노동을 한 후 점심 식사를 한 식당. 식당 이름이 아르테미스 식당.

 

기운을 차려 사도 요한 교회로 가본다. 사도 요한 교회는 사도 요한이 박해를 피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이곳으로 피신하여 말년을 보낸 곳이라 한다. 그리고, 아르테미스 신전의 기둥을 빼내서 지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교회가 사도 요한 교회. 순례자의 문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서 수 천년 전의 역사적인 기념물들을 더위에 지친 눈으로 물컹하게 바라본다. 더웠다. 2월에 이렇게 더울 줄이야. 언덕 꼭대기의 성벽(투르크인들이 세운 성곽)까지 가서 알뜰하게 본다. 성 안에는 이슬람 식의 사원과 기도처가 있다. 기독교과 이슬람이 공존하는 곳. 특히 이스탄불은 이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오전에 땡볕에서 너무 지친 나머지 예정보다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12일의 긴 이동을 위해 이즈미르로 향한다. 셀축 일정이 끝나고 카파도키아로 갈 예정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중간에 파묵칼레에 들러서 우유빛 석회석 온천 물에 발을 담가 보겠지만 2월이다. 비수기고 온천 물 다 말랐단다. 그래서 과감히 생략. 셀축에서 바로 카파도키아의 괴레메로 가는 여정을 잡았다.

 

이즈미르로 이동하여 침대 칸이 있는 기차로 내일 아침까지 콘야에 갈 계획이다. 터키 여행에서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예매를 못한 티켓이 콘야까지의 기차 티켓이다. 터키 국철의 온라인 티켓 예매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으나 영어 페이지는 동작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다가 알아낸 것이 이스탄불에 있는 Travel Agency. 이 에이젼시에 내 여행 계획을 알려주고 적당한 기차 일정을 알려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적당한 기차편과 함께 무려 35유로쯤 수수료가 붙은 계산서가 왔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고 이메일로 예약 티켓을 받았다. 인터넷 세상을 세삼 느낀다.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 트램을 타고 술탄 아흐멧역에 도착할 즈음 메일로 예약했던 Travel Agency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넓다.

 

Travel Agency에 보낸 기차표 예매 결재 양식.

 

기차 요금은 대략 45TL정도였던 것 같은데 무려 70유료 결재했다. 여행 일정을 터키에 입국해서 Local Travel Agency에서 정하면 좀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단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아가씨가 그렇게 한 케이스다.

 

셀축의 기차역은 조그맣고 한적한 간이역이다. 호텔에서 우리 기차로 이즈미르까지 간다고 하니 태워준다. 팁을 줘야 하는데 터키 지폐가 없다. 1000원짜리 지폐 5장을 내밀었다. 리라로 치면 얼마쯤 된다는 설명과 함께. 저만치 중국틱한, 머리를 빡빡 깍은 대학생쯤 돼 보이는 친구가 흘끔흘끔 우리를 쳐다본다. 슬금슬금 오더니 한국분이세요? 그런데요? 가방 좀 봐주세요.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변변한 화장실이 없는 간이역. 나도 아까 저만치 가서 뒤돌아서 해결을 했는데 이 친구도 그럴 심산인 모양이다. 잠시 사라졌다가 온 친구는 한국 대학생. 한달 째 여행 중이란다. 체코, 세르비아을 거쳐 터키에 왔고 이제 여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부럽다.

 

Follow me~!

 

따라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애꿎은 시간만 날렸다. 이즈미르의 기차역에서 콘야로 향하는 기차를 타려면 얼마 떨어지지 않는 다른 기차 종착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마치, 경부선의 종착역인 서울역과 영동선의 종착역인 청량리가 조금 떨어져 있듯이. 구글 지도 상으로는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여서 걸어가거나 택시를 탈 생각이였다. 왜 그 아가씨들한테 방향을 물어봤을까? 이즈미르 종착역에서 내리면서, 셀축에서 같이 탔던 삼성폰으로 게임을 하던 3인방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콘야행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았다. 대답이 Follow me~!.. 따라오란다. 20분이나 도심 한복판을 지들끼리 숙덕숙덕거리며 간다. 20? 지도 상으로 그리 멀지 않았는데? 어느 지하철 앞. 우리 지하철 타고 갈 건데 우리도 사실 이지미르 처음이다. ? 터키인의 과잉 친절. 길 찾는 외국인에게 터키인으로서 여기는 처음이지만 안내를 해주고 싶었나 보다. 결국 택시를 타고 알칸스 기차역으로 가자고 한다. 하루 종일 걸었고 이즈미르 공기는 탁했다. 피곤했다. 택시는 어디론가 가더니 커다란 쇼핑타운에 선다? What? 어쩌라고? 여기가 알칸스란다. 트래인 스테이션. TCDD~! ~! TCDD. 택시는 다시 출발한다. 알칸스 TCDD 역 도착. 출발까지는 대략 15분쯤 남았다. 셀축과 이즈미르의 여정은 땡볕에 허벌나게 걸어 다니고, 헤해고, 덥고, 땀나는 여정이다. 여행은 뭐 그런 것 아닌가? 여행이 끝나고 구글 지도에서 이 두 역의 거리를 재보니 약 2Km가 안되었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 택시 타도 10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가량 헤맸다. 시간 여유를 두어서 일정을 잡았기 망정이지..

 

 

이 아가씨들 때문에 이즈미르 거리를 헤매다.

 

이즈미르에서 콘야까지는 기차, 그리고 콘야에서 카파도키아의 심장부 괴레메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 무려 15시간의 이동 계획이다. 침대 칸이 있는 기차를 타보고 싶었다. 이래저래 터키의 교통 수단 대부분을 이용해 본다. 15분밖에 남지 않아서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 누나는 기차를 지키고 나는 부리나케 뛰어 다니며 저녁거리를 샀다.

 

여행 일정 체크 중이다.


바퀴 달린 가방 들고 힘들다.


기차에서 간단한 저녁.


다음 날 아침 콘야에 도착하기 전 아침 식사

 

얘네들은 기차표 검사도 안 한다. 방송도 없이 출발 시간이 되니 기차는 움직인다. 침대 칸 차량에 승객은 우리뿐이다. 아래층과 위층으로 침대가 딸린 기차 칸. 의외로 시설 괜찮다. 기차에서 빵과 음료수로 저녁을 대신한다. 대충 씻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한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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