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주말르크즉 마을, 끝없는 올리브 나무

 

예실 호텔의 아침은 실망이다. 예실 호텔을 선택한 이유가 아침 식사였는데 인스턴트 식사로 도배되어 있다.(호텔 안내 사진을 너무 믿지 말자.) 아침을 먹고 주말르크즉  마을로 간다. 택시를 타고 부르사의 산 중턱에 있는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가옥들이 남아 있는 마을로 간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주 한옥마을쯤 되려나? 꽤 알려진 마을이지만 한산하다. 월요일 아침이니까. 한적한 산 중턱의 마을에서 오스만투르크의 숨결을 느끼지는 못하고, 천천히 둘러 본다. 바쁘지 않게. 여행은 쓸데없는 곳에 돈쓰기일 수도.. 마을은 상업화 되었지만 아직 농사일을 손에 놓은 것 같지는 않다. 상점들은 조그마했고, 자신들이 재배하는 것들로 만든 것을 파는 것 같다. 대부분 올리브를 재료로 하는 것들이다.

 

마을에서 만난 터키 커플, 이들은 잘 살까?


올리브를 절인 것, 와인, 비누 등을 판다. 조그만 상점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마을이다.

 

주말르크즉 마을의 소소한 풍경들

한적한 시골마을


우리의 농기구랑 비슷하다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건물


근처 학교의 터키 아이들


우리 버스비를 대신 내준 마음 좋은 아저씨.. 나이를 갈음할 수 없다 


http://blog.daum.net/woodbine/11205291

주말르크즉 마을에 대한 정보

 

마을을 한 바퀴 휘~ 돌아도 여전히 한산하다.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기다려도 버스가 없다. 월요일 오전. 마을은 오스만투르크 시대에 정지해 있는 듯하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려는데 문제가 생긴다. 어제 부르사 터미널에서 산 버스카드의 남은 금액이 버스를 타기에 모자란 것. 현금으로 내려니 너무 고액권만 있다. 버스 기사와 서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인심 좋게 생기신 터키 할저씨(할아버지와 아저씨의 중간쯤)가 그냥 타랜다. 그러고는 우리 버스비를 내준다. 여기도 전자식 카드를 모두 사용한다. IT 기술은 터키에도 많이 퍼져 있다.

 

버스에서 오는 내내 고마운 마음에 사탕도 드리고, 아저씨는 답례로 터키 어디에나 있는 악마의 눈이 그려진 라이터를 선물로 받았다(이건 아직도 우리집 주방에서 필요할 때마다 쓴다.)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 지도 알려준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걷는다. 구글 지도 출력해 오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데이터 로밍하면 되지만 하루에 만원. 너무 비싸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튼튼한 두 다리가 재산이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어제 도착했던 터미널로 향한다. 찬란했던 로마시대의 영광을 보여주는 셀축으로 가기 위해. 어제 탔던 98번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터미널에 도착한다. 여행자는 어디에서나 헤매기 마련이다. 셀축 가는 버스를 찾아 또 헤맨다. 친절하게 안내해 준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아가씨에게 이젠 소용이 없어진 버스 카드를 답례로 내민다. 어제 버스 탈 때 일회용 권을 사려고 했는데, 기생 오래비 터키 맨이 그냥 이걸로 사라고 해서 샀던 카드. 결국 남아서 이렇게 쓴다.

 

 



부르사 터미널에서 만난 사람들. 터키 어디에나 있는 케밥을 점심으로 먹는다.

 

 

부르사에서 셀축까지는 7시간. 터키 여행에서 가장 긴 거리의 오토뷔스 여행이다. 셀축까지 가는 7시간 내내 창밖에는 올리브 나무의 행렬이다. 처음에는 저 나무가 올리브 나무인 지 몰랐으나 셀축에서 쉬린재 마을로 넘어가면서 알았다.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나무가 올리브 나무라는 것을. 지중해의 선물답다. 7시간 내내 올리브 나무만 봤다. 고속도로 휴게소. 홍차를 판다. 0.5리라에 홍차를 마신다. 여행지에서 맛보는 홍차의 맛, 왜 집에서 마시는 홍차 맛과 다를까?

 

터키 어디에나 맛 볼 수 있는 홍차

 

또 하나 터키 여행에서 주의할 점. 모든 화장실이 유료. 이지미르에서 잠깐 정차했을 때 화장실에서 화장실을 들어가는 회전문을 만났다.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신기하다. 우리나라 1970년대를 보는 듯 하다. 터키에서 화장실 사업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을 듯. 

 

셀축에 도착하니 저녁 8시쯤. 터키 최고의 관광지답게 택시비도 바가지다. 피곤해서 걸어도 될만한 거리인데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누나는 배낭이 아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라 걷기가 좀 무리다. 아마존 호텔의 투숙객은 우릴 뿐이다. 저녁 먹을 생각도 못하고, 셀축으로 오면서 주전부리로 먹었던 음식과 버스에서 준 음식(버스에서 음식도 준다.)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골아 떨어진다. 중년에게 패키지 여행이 아닌 스스로 만든 루트를 따라 가는 여행은 힘들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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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마르마라 해엽 그리고 부르사

 

선잠을 자고 아침을 맞는다. 시차 적응이 안 된 몸은 아직 붕~ 떠있는 듯 하다. 터키 여행에서 모든 숙소를 예약할 때 모두 아침 식사를 포함하도록 했다. 아침 시간에 지리도 모르는 곳에서 어디 가서 무엇을 먹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꼭대기 층 카페테리아로 가니,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묵었던 숙소 중 가장 훌륭한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다. 스프와 빵, 케밥을 챙겨서 든든하게 먹는다. 누님은 이렇게 여행 와서 터키식 식사를 하는 것이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저만치 보이는 마르마라 해협을 보면서, 좀 있다가 저기를 폐리를 타고 지나 갈거야 뭐 그런 얘기를 나눈 것 같다. 여행 시즌은 아니였으나 몇몇 보이는 여행객들에서 동양인은 우리뿐인 듯 하다.

 



이스탄불에서의 첫 식사. 생각보다 훌륭하다.

 

호텔 프런트의 기생 오래비처럼 생긴 터키 남자가 택시를 불러준다. 보통의 터키 남자들은 검은 수염이 있는 동,서양의 얼굴이 섞인듯 한, 남자가 보기엔 기생 오래비, 여자가 보기엔 잘 생긴 남자인 것 같다. “우리 페리 타러 가야돼라고 하니 불러 준다. 부르사로 가는 교통편을 굳이 페리로 선택한 것은 마르마라 해엽을 배를 타고 건너가 보고 싶었다. 배로 가는 도중에 멀리서 보게 될 뷔퀴카다 섬도 보고 싶었다. 여행 루트를 짤 때, 마르마라 해엽에 있는 섬에서 1박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가볼 곳은 많고 시간은 적었다. 그래서 그 섬은 지나가면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터키 여정에서 배와 침대 칸이 있는 기차, 그리고 터키 여행의 동반자인 오토뷔스(고속버스), 돌무쉬, 국내선 비행기 등 이동 수단을 모두 이용해 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마르마라 해엽.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해엽. 이 해엽에서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문명을 이루고 .. 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알로바로 가는 페리 선상에서..

 

알로바 선착장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물어 물어 부르사로 가는 터미널에서 부르사로 가는 오토뷔스(고속버스)를 탄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랑 비슷하다. 시설은 좀 더 좋다. 각 의자마다 조그만 LCD TV도 있다. 남차장이 음료수도 준다. 수염 달린 무슬림 남차장이 요금도 받고 음료수도 주는 색다른 세상이다.

 

부르사 고속버스 터미널 도착. 넓다. 어디 가서 버스를 타지? 내 짧은 영어 실력과 손짓 발짓으로 조금 헤매고, 버스표 사는 데 또 헤매고.. 여행이란 뭐 그런 거 아닌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우리의 두 번째 숙소 예실호텔(Yesil Hotel)은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다. 그 호텔을 선택한 건 오로지 booking.com의 호텔 안내 사진에 아침 식사가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텔 위치도 부르사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 외곽의 한산한 곳으로 정했더니 버스는 어딘 지도 모르게 끝없이 달려만 간다.

 

버스 기사에게 우리 이 호텔 가는데 어디서 내려야 하나? 물었더니 알려 준단다. 그런데, 정작 한참 후에 도착한 곳은 버스의 종점. 우리를 끌고 자기네들 동료한테 가서 지도를 보여주고는 한참 동안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하더니, 저기서 몇 번 버스를 타라. ~! 우리가 탄 버스가 바로 호텔까지 가는 버스가 아닌 거여?

 

터키 여행에서 이런 터키 사람들의 과잉친절이라면 친절인 광경을 몇 번 목격한다. 이즈미르의 길치 3인방 아가씨도 그렇고 우리 버스비를 대신 내준 아저씨도 친절하다. 다시 돌무쉬 같은 버스를 타고 버스 기사에게 지도를 내미니 알려 준단다. 구글 지도를 출력해 가지 않았으면 낭패였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더니 내리란다. 내려서 앞을 보니 애타게 찾던 예실 호텔. 시차 때문에 선잠을 자고 이동한 지라 피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제의 호텔보다 넓고 편안하다.(여정 중에 시설은 가장 좋았으나 아침 식사는 사진처럼 훌륭하지는 못했다.)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근처 식당. 누나는 여전히 신기한가 보다. 이것저것 주문. 많을 것 같은데? 아직 잠이 떨어지지 않은 나는 대충인데 누님은 잘도 드신다. 호텔로 돌아오는데 젊은 아가씨들이 우리를 보고 K-POP를 소리친다. 어떻게 한국 사람인 걸 알지? 이 곳은 관광지도 아니고 호텔이 몰려 있는 곳도 아니라서 외국인 보기 어려운 것 같은데? 하물며 동양인을? 어울려서 사진을 찍는다. 여행은 뭐 이런 거니까.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겪는 것이니까.

 


점심 치고는 좀 많다. 누님 잘도 드신다.

 

호텔 바로 뒤가 택시 차고지다. 택시를 타고 카라바스 벨리 문화센터로 이동한다. 부르사로 온 목적이 이 문화센터에서 매일 행해지는 세마 의식을 보기 위해서다. 터키를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 중에 하나가 길쭉한 모자와 커다란 치마자락를 휘날리면서 끊임없이 돌다가 일순간에 멈추는 세마 의식. 메믈라나교의 수행방법이기도 한 이 의식을 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8000Km을 날아서.

 

택시 기사도 길을 헤맨다. 몇 번을 전화 통화한 끝에 주도로에서 골목골목 들어가서 문화센터를 만난다. 택시 기사도 길을 모를 만한 것이 구석진 곳에 자그마하게 있어서 알고 있지 않은 사람이면 헤매기 딱 좋은 곳에 있다.

 

 


찾는 데 힘들었다. 이곳을 오기 위해 8000Km을 날아왔다.

 

7,8년 전쯤에 터키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 때 보았던 여행 안내서에 이 의식이 소개 되어 있었다. 부르사로 향하면서 혹시나 8년전 정보니 없어져 버렸으면 어쩌나 했다. 아마 여행 책자에 소개되기 이전부터 행해지고 있었을 테니 오늘 이 의식을 본다면  그 역사는 십 수년에 이를 것이다. 무슬림들의 종교와 일상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문화센터에 들어가 세마 의식을 보러 왔다고 하니 저녁에 오란다. 저녁 7. 3~4시간쯤 시간이 빈다. 다행이 문화센터가 있는 곳은 울루자미 근처로 부르사의 가장 중심가이다. 여행객들이 밀집한 곳이다. 울루자미와 근처 시장을 둘러 본다. 울루자미는AD 1세기 건축물이다. 터키는 동서양이 만나고 혼합되고 발전하던 곳이라 왠만하면 BC 몇 세기다. 아야 소피아 성당의 청동문은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이겨서 뜯어왔다고 하더만.

 

시장을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시차로 졸음이 밀려왔다.) “헬로~ 마이 프랜드”. 조그만 커피 하우스의 털복숭이 무슬림이 우리를 부른다. 누나와 1.5리라짜리 Turkish Coffee를 마신다. Turkish Coffee는 굉장히 진하다. 커피 가루도 막 입 안에서 돌아 다닌다. Turkish Coffee는 절대로 휘휘 저으면 안된다. 만약 그러면 입안 가득 커피 가루를 마시게 될 것이다. 시차 때문에 본격적으로 졸음이 밀려오는 나에게 진한 Turkish Coffee는 반짝 각성이 된다.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다. 헬로~! 마이 프랜드.

 

예정에 없던 관광을 하느라 대충 훝어보고 문화센터로 다시 간다. 작은 Cafe에서 홍차를 주문하니 들어 오란다. 손님방으로 안내된다. 자기 내 종교의식을 보러 온 동양인 남매가 신기한가 보다. 홍차를 내온다. 터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홍차. 영국이 홍차의 나라라고 하는데 터키도 홍차의 나라인가 보다. 터키 전역에서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홍차를 마신다. 홍차를 마시며 손님방의 사진과 문화센터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문화센터의 세마 의식은 매일 저녁 이루어지고, 전문 무용수가 아닌 이를 테면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보드에 각 일자 별로 의식을 할 각 조와 인원들이 배정되어 있다. 아마추어. 일상의 생활인들이 자신들의 생활에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이 의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각 조별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의 공연을 하고 있다. 그것을 십 수년 아니면 그 이상일 수 있는 시간을 면면이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는 이 의식이 자신의 수행 방법의 하나이며, 종교 의식이면서 포교의 한 활동이라고 한다. 화려하지 않은 일상 생활의 의식이 저 멀리 동양의 한 나라에서 이렇게 사람을 오게끔 한 것이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아이들


시차 때문에 졸음이 밀려온다


세마 의식 준비. 꼬마병정 같은 모습이다.

 

시간이 되자 세마 의식이 행해지는 곳으로 안내된다. 여자는 이층. 남자는 일층. 세마 의식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기고도 싶었지만 그 의식만큼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이것을 보기 위해 왔으니 아낌없이 보자.

 

https://youtu.be/s1NRKRqFh_g

브루사의 세마 의식

 

https://youtu.be/qCcfNIYugKc

전문화된 세마 의식

 

부르사의 세마 의식은 전문 무용수가 아니니 실수도 있고, 세련되지 못한 동작도 있고 그랬다. 그런데, 그게 더 가식 없어 보였고, 물들어 보이지 않았고, 가공되어 보이지 않았다. 좋았다. 아마도 이 의식은 오늘 밤에도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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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의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뭐 하는 거지? 여행은 언제 갈 거야?”

 

뜬금없이 든 생각이지만 오래 묵혀둔 생각이다. 사무실에 올라와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누님에게 전화를 한다.

 

갈거요? 말거요?”

 

그렇게 중년 남매의 터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터키 여행지를 알아보고, 여행 루트를 짜보고, 호텔과 교통편을 예약하고, 볼거리들을 파악하는 일들이 참 많다. 시간이 부족해서 주말에 사무실에 츨근해서 돈이 나갈 교통편과 호텔 예약을 모두 마친다. 인터넷 세상, 모든 여행지의 호텔과 교통편, 마르마라 해엽을 건너는 페리의 좌석까지 예약할 수 있다.

 

인천 입국장.

 

누님은 새벽 아침 속초에서 출발했으리라. 나는 터키 이스탄불로 직항하는 대한항공 편이다. 누님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경유하는 tripsta의 비행기다. 나는 그 동안 해외 출장으로 모은 마일리지로 예약한 보너스 항공권. 일 참 많이 했다. 마일리지로  터키까지 갈 정도다. 누님은 같은 비행기로 가려니 국적 항공기의 티켓이 너무 비싸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이니 할인 항공권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내 비행 일정과 비슷한 시간 대의 저렴한 티켓을 알아보니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항공권.

 

경유 공항인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 시간은 1시간뿐이다. 환승을 못하면 졸지에 중앙 아시아 한복판에서 미아가 된다. 나름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다. 비행기 환승에 필요한 간단한 영어를 알려주고, 써주고, 한 시간 먼저 누님은 출발한다. 뭐 약간의 불안, 긴장 그런 것이 여행의 재미 아닌가?

 


이번 여행의 의미는? 뭐 그런 거 있나?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간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수 있나?

 

터키까지 11시간 비행. 2, 간식 1.. 나이가 먹어서인 지 이런 저런 일로 해외 여행과 출장을 다녀서인 지 비행에 별다른 것은 없다. 단지,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산악 지대를 지나고 있을 때 그 특별한 지형과 풍경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저녁 7. 오후 2시에 출발해서 11시간을 날아서 왔는데 오후 7시다. 이런 날은 시차로 인해 잠을 설친다. 누님은 예정대로라면 내가 도착한 후 40분 후에 도착한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서는, 누나가 들어오면서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입국 심사대 바로 뒤에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누님을 기다린다. 30분쯤 지났을까? 벌써 착륙 시간은 지났는데 왜 안 오지? 알마티 비행 편을 보니 벌써 도착~! 어디 간 겨?

 

전화가 왔다. 누나다. 어디 있냐고? 이미 터키 공황에 들어와서 짐까지 찾았단다. 아마도 입국 심사대 뒤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나를 못보고 그냥 지나친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헤어진 후 12시간만에 8000Km떨어진 곳에서 다시 남매는 상봉한다.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 줄인 줄 알고 서 있다가, 방송에서 어설프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갔더니 마지막 탑승객으로 자기를 찾고 있었다나. 하마터면 국제 미아가 될 뻔 했다.  

 

2월의 이스탄불은 춥다. 관광 시즌도 아니다. 퇴근길의 터키 사람들과 섞여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이미 두 번이나 방문을 했던 이스탄불이지만 올 때마다 생경하다. 공교롭게도 모두 겨울에 왔다. 고등어 케밥을 먹고 페리 투어를 한 것이 거의 전부지만 이스탄불은 친근하면서 생경한 도시다.

 

중간 환승역에서 좀 헤매다가 술탄아흐멧 역에 도착한다. 얼마 전 폭탄 테러가 있었던 블루 모스크 광장을 지나 숙소로 향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폰에서 본 숙소와 실제로 방문한 숙소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진으로는 큼직한 호텔 같았지만 작고 조그만 호텔이다.(사진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마르마라  해엽을 볼 수 있는 바다쪽 방(SeaView Room)이라고 해서 예약을 했건만, 마르마라 해엽이 보이긴 보였다. 코딱지만하게.  이미 12시간 이동했기 때문에 피곤했지만 시차 때문인 지 뒤척이며 선잠을 잔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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