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선택..

여행 2017. 3. 29. 01:06

여행지 선택


누님들하~!

우리 남매 여행 계획을 대략 세워 봤어요. 보시고 의견들 많이많이 주세요..


여행지 기준

 

내가 생각하는 여행지의 선택 기준은 이렇다

 

-     한국 사람 많이 가지 않는 곳: 현실에서 지겹게 본다.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과 섞여서 잠깐이라도 살아보자

-     유명 관광지 아닌 곳: 훌륭한 풍경이 있는 곳, 문화재, 쇼핑 공간이 곳이 아닌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사람 냄새 나는 곳, 이를테면 시장, 공원, 일상의 공간들

-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새로운 곳을 가보자. 나는 유니크하니까. 알려진 곳은 가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물망에 오른 몇 가지 여행지

 

1.    필란드 헬싱키: 원래는 발틱 3(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가기 위한 항공편을 알아보다가 대부분의 항공편이 헬싱키를 경유하게 되서, 헬싱키가 여행 물망지로 오르게 됨. 여행 일정은 헬싱키나 근처 소도시의 집을 단기간 렌탈(AirBnB)해서 그곳을 거점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여정

2.    발틱 3국 중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둘러보는 여정 :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 시작하여 라트비아의 리가까지 가보자. 리투아니아의 빌뉴스까지는 1주일 여정에서 너무 긴 이동 거리다. 한 지역에서 이틀밖에 머물 수 없으니. 그리고, 빌뉴스는 결정적으로 이미 가 본 도시다. 탈린에서 3, 리가에서 3일 정도 체류하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자.

3.    말레이시아 코타카니발루: 말레이시아의 동편에 있는 보르네오섬의 서북쪽 해안 지대. 이 지역은 대부분 자연 경관을 보는 여행 코스일 것 같다. 필란드와 발틱3국에 비해 여행 경비가 저렴하다. 1주일 여정이면 충분한 휴식이 될 것이다.

4.    브루나이: 코타카니발루가 감싸고 있는, 지구 상에 몇 남지 않은 왕정국가. 후진국은 아니며 석유와 천연가스로 인해 우리나라 보다 잘 산다. 국립공원과 현대적인 휴양 시설을 즐길 수 있다


1번 헬싱키 주변,      2번: 탈린에서 리가로 이어지는 여정


어.. 3번과 4번이 바뀜. 브르나이 지역, 코타카니발루 지역


코타카니발루 지역


브르나이 지역



여행 기간

-     대략 68일 정도의 일정. 토요일 출발하여 그 다음 주 일요일 도착 일정.

-     상황에 따라 다른 공휴일을 끼워 10일 정도의 일정으로 할 수도 있음.

-     코타카니발루와 브루나이라면 45일 일정도 괜찮을 듯.

 

여행 비용

-     필란드 헬싱키, 발틱3국 여행은 대략 항공료 80만원, 체제비 70만원 정도해서 약 150만원으로 예상.(1인당)

-     코타카니발루, 브루나이는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고 코타카니발루는 50~70만원대의 패키지 상품이 꽤 있고, 브루나이는 약 80~100만원대 형성대고 있음. 브루나이 좀 비쌈.

 

여행 시기

-     2: 작은 누나 방학 기간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가장 물망에 오름. 터키도 이때 갔으니.. 단, 필란드나 발틱 3국은 위도가 높아 2월에 여행하기에 적당하기 않다. 필란드와 발틱 3국은 5~6월이 좋을 듯 하다. 코타카니발루와 브르나이는 열대 기후이므로 이 시기면 좋은 시기이다.

-     5~6: 필란드와 발틱3국을 여행하기 좋은 시기. 그러나, 누님들의 일정을 맞추기 힘들 것 같은데, 미리 계획하고 1주일 정도 시간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 않을까?

-     7~8: 성수기. 가급적 피하자.

-     10~11: 물망에 오른 4곳 모두 여행할 수 있는 좋은 시기. 남매계 2년이 2018년 여름에 마무리 되니 그 해 가을에 얼마쯤 더 모아서 가면 되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총평하자면, 필란드와 발틱3국은 터키 여행처럼 몸은 좀 피곤하겠지만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여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코타카니발루와 브르나이는 비교적 휴양의 의미가 강하고 여행 일정으로 강행군하지는 않을 것 같네. 아마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필란드와 발틱3국은 AirBnB를 통해 집 자체를 렌탈하려고 하고, 그러면 호텔보다 저렴한 숙소에서 아침과 저녁을 해 먹을 수도 있고(몇 식은 그렇게 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네.), 차량을 렌탈해서 돌아다니는 것이 좀더 경제적이고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일 수도 있네요. 탈린에서 렌탈해서 리가에서 반납하고 돌아오는 여정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이래저래 생각만 많네.

 

대략 여행 계획은 이렇습니다.


누님들하~! 생각들 해보시고, 의견들 주세요.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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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아부다비 공항, 뼈에서 부는 바람 소리

 

아침을 먹고는 체크 아웃을 한다. 오늘 이스탄불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간다. 체크 아웃을 하고 짐을 일단 호텔에 맡기고 골든혼의 페리 터미널로 간다. 이스탄불에 왔으면 골든혼의 Ferry Tour를 안 해볼 수 없다. 골든혼의 사설 Ferry 투어는 약 50TL이지만 공식적인 Ferry Tour15TL이다. 2시간 동안 이스탄불의 동편과 서편을 오가며 역사적 유적들의 설명을 듣는다. 뭔 소린 지는 잘 모른다. 내 영어는 그것을 알아들을 만큼 신통치 않다. 그저 동서양의 문명이 뒤섞이는 한 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뿐.

 

페리를 타면서 한 커플에 눈길이 갔다. 무표정한 아내(?)와 그 옆에 뻘쭘하니 서 있는 남편(?). 마치 오랫동안 일하다가 짬을 내서 여행을 온 부부 같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일만 해서인 지 어떻게 여행을 향유해야 하는 지도 잃어버려서 무표정하게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사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읽은 메시지는 그랬다. 나 너무 늙어버린 것일까? 살아가면서 일만 하다가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 지도 잃어버리고 일하는 것 자체가 숙명이 되어버린 느낌. 여행은 그런 숙명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숨만 쉬고는 못 살겠다.

 

 



골든혼의 페리를 타고 이스탄불을 유람하다



블루모스크가 아닌 다른 모스크


 

호텔로 돌아오니 비행 시간에 대기가 애매하다.  예약했던 호텔 Shuttle 버스를 취소하고 택시를 불렀다. 이스탄불 공항 도로는 많이 막힌다. 비행 시간에 겨우 맞추어서 공항에 도착한다. 면세점을 둘러 보았지만 끝내 내가 찾던 머그컵은 찾을 수가 없다. 머그컵. 7년 전 업무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이스탄불에서 Day Tour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공항에서 산 빨간 머그 컵. 터키의 색채가 물씬 풍겼던 빨간색 컵인데 바닥에 떨어트려 깨져 버렸다. 그 컵을 사려고 그랜드 바자르에서도 뒤져 보았고 공항에서도 찾아 보았으나 결국 찾을 수 없다. 할 수 없지. 155분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떠난다. 누나는 아마 다시는 이곳을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스친다. 나는 몇 주 동안 루트를 만들고, 교통편을 찾아보고, 볼거리를 알아보느라 고생한 것을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그렇게 이스탄불을 떠난다.

 

 


이스탄불 아따튀르크 국제 공항.. 이제 돌아간다.



아부다비 공항. 경유지. 너무나 현대적인 시설. 안보이는 동안 뭔가 사재끼는 누님을 막지 못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를 경유한다. 이렇게 루트를 짠 것은 그냥 SkyScanner에서 가장 저렴한 비행 루트가 여기를 경유하는 루트라서 이렇게 한다. 아부다비에서 Transfer하는 시간은 약 한 시간 남짓. 막둥이 팬비트용 연필을 사러 몇 분간 자리를 비웠더니, 누나는 그 사이를 못 참고 뭘 사고 있다. 이거 사면 이 두 박스를 덤으로 준다고 자랑을 하신다. 결국 덤으로 받은 두 박스 중에 하나는 우리 집으로 가져가서 잘 먹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에너지 제로다. 움직일 힘도 없다. 이 와중에 누나는 동서울로 가서 속초까지 더 가야한다. 공항버스를 타고 수원에 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간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안방에 누우니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난다. 뼈에서 찬바람이 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나도 늙었구나.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많이 나가고 많이 돌아보자.

 

나의 여행을 도와 준 여행 가이드. 여행을 마칠 무렵 누님에게 갔다.

 

여행.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간 것 같다. 세상을 살아보니 노예처럼 굴종의 삶을 강요 받는다. 살아있다고, 잠시나마 나는 자유인이라고 외치고 싶고, 자유인으로 숨 쉬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여행을 꿈꾼다.  ..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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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차, 10박스의 Turkish Delight, 고등어 케밥

 

알바니스 호텔의 아침 식사는 그저 그랬다. 일주일 전에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묵었던 코프탄 호텔의 아침 식사가 훨씬 훌륭했다. 아침을 먹고 블루 모스크 앞의 3개의 오빌리스를 보러 간다. AD 1세기란다. 블루 모스크가 가니 오후 130분부터 개방이란다. 여기 오기 바로 얼마 전에 이 광장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 그 여파인 것 같다. 아야 소피아 성당(지금은 박물관)과 지하 궁전을 둘러 본다. 소피아 성당은 기독교적 양식과 이슬람식 건축 양식이 복합된 독특한 건물이다. 메인 홀의 커다란 문짝은 이집트에서 뜯어(약탈)왔다는 문구가 보인다. 지하 궁전은 동서양의 수많은 격전을 치르면서, 이스탄불이 포위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다. 특색 있는 것은 지하 저장소 어느 한 켠에 이 궁전을 지으면서 죽어간 노예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도 저 시대에 있었다면 노예 중의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톰카프 궁전과 박물관을 보고 마르마라 해엽이 보이는 Cafe에서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피곤하다. 여행도 젊어야 다니지 힘들다.

 

알바니스 호텔의 아침 식사. 돌아다니려면 든든히 먹어야 한다.

   



아야 소피아 성당(박물관)의 풍경. 이 지점에서 하도 사진을 찍어서 옴폭 패였다.

 

터키의 그 유명한 고등어 케밥을 먹어보기 위해 골든혼(코뿔소의 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으로 간다. 가는 도중에 만난 Turkish Delight를 파는 상점. 누나가 거기에 꽂힌다. Turkish Delight는 우리나라로 치면 찹살떡 같은 것에 고명으로 달콤한 속이나 호두, 견과류를 넣어서 먹는 떡이다. 몇 가지 떡을 골라서 섞어서 종이 박스에 담아서 이거 얼마냐? 그거 얘네들 판매 목록에도 없는 조합이다. 누님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통역하느라 참 애를 먹었다. 머리 속으로 줘야 할 사람을 한 사람 한 사람 카운팅 하더니 결국 10박스가 넘게 산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라고 하지만, 여행 와서는 일상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다.


골든혼으로 가는 길.. 뒤에 보이는 가게.. Turkish Delight를 산 가게다.

 

7년 전에 왔을 때는 골든혼은 온통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등어 케밥을 파는 상점은 모두 정리가 되었는 지 3개의 상점만이 고등어 케밥을 팔고 있다. 그것도 정해진 구역에서만. 말 그대로 인산인해. 돈을 긁어 모으는 것 같다. 케밥은 배에서 만들고 먹기는 선착장에서 먹는 시스템이다. 터키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 무슨 별미는 아니지만 맛있다. 바케트를 갈라 고등어 구은 것을 넣고 각종 야채를 넣고 먹는 어찌 보면 단순한 음식인데 이스탄불의 대명사가 되었다. 인파로 바글바글한 음식점에 쭈그리고 앉아 고등어 케밥을 먹으며 터키 사람의 일상을 구경한다. 골든혼을 Tour하는 페리의 시간을 알아보고 다시 블루모스크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탄다.

 

 



이스탄불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고등어 케밥. 사람들 무지하게 많다.

 

블루 모스크는 커다란 홀에 아무런 장식도 없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블루 모스크는 유리창을 이루는 타일을 부르사 근처에서 생산되는 타일을 가져다 지었는데 이 타일이 햇빛을 받으면 푸른빛을 띄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블루 모스크를 뒤로 하고 어제 갔다가 허탕을 친 그랜드 바자르로 향한다. 그랜드 바자르. 확실히 수많은 상점이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다. 나는 그냥 별 느낌이 없다. 너무 상업화된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 같다고나 할까? 누님은 바쁘다. 이것저것 사야 할 게 많다. 여행은 훌훌 털어버리고 오는 것이라면 누나는 돌아가서 챙겨줘야 할 사람들을 기억하는 여행인가? 점원과 한참을 실갱이를 한 끝에 뭔가를 산다. 돌아가서 잘 나눠주긴 했나?

 

 

여자들은 저렇게 베일을 쓰고 입장해야 한다.


꾸란이 비치되어 있다. 그냥 가져가면 된다.

 

돌아오는 길, 식당에서 빵 몇 가지를 사다가 호텔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한다. 식당에는 과즐메레를 즉석에서 조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할머니가 일을 하고 있다. 과즐메레를 우리나라로 치면 부침개 같은 것인데, 식당에서 관광객 호객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일하시는 할머니와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할머니가 돈을 달라는 표시를 한다. 순간, 고된 노동의 일면을 보았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과즐메레를 구워야 하는 고된 노동을 있다. 얼마 간의 팁을 드린 것 같다. 피곤해서  빵 몇 개를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과즐메레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 두꺼운 종아리에서 고된 노동을 본다.



숙소의 간단한 저녁 식사.

 

하맘에 가고 싶었다. 터키식 공중 목욕탕. 아야 소피아 성당 옆의 하맘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맘의 뜨거운 탕에 몸을 누이고 싶었는데 혼자 가려니 뻘쭘하다. 하맘은 예전에 가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터키탕이 퇴폐적 이미지이지만 여기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렇게 이스탄불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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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벌룬 투어, 이스탄불로 돌아오다

 

새벽에 알람 소리에 깬다. 대충 씻고 리셉션에서 Pick up 차량을 기다린다. 차량에는 어제 추리닝 바람으로 만났던 아가씨와 조우. 어디론가 이동 후 독일 할베들 잔뜩 탄다. 어느 식당 같은 곳에서 빵과 차를 마시며 아침이 되기를, 그리고 벌룬 투어가 가능한 기상인 지를 기다린다. 날이 밝으며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열기구에 바람을 넣고 있다. 어디선가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그래서, 독일 할베들과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 우리 일행, 혼자 여행중인 아가씨가 한 바가지에 타고 이륙한다. 조용한 상승. 순간 가슴이 쫄깃해진다. 열기구에서 맞는 아침 햇살은 좋다. 카파도키아의 이국적인 풍경 또한 관광객들을 매료 시키기에 충분하다. 2월이라 풍경들이 초록색이 아닌 것이 아쉽다. 한 시간쯤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 착륙 지점에는 열기구를 탑승 기념으로 메달과 삼페인도 준다.



 

기구에 공기 채운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아가씨랑 같이 탑승


출발~!


퍄샤바~. 멋진 풍광을 선물해 준다.


상승할 때 심장이 쫄깃해진다.


다른 열기구 팀들


열심히 촬영 중인 나.




파샤바~!




도착하면 메달과 샴페인 준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 식사. 좋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제 그 Tour Agency. Underground city 언제 갈 거냐? 10 O’clock? Ok~! 어제 Tour Agency에서 벌룬 투어를 예약하면서, 한 가지 더 예약을 했다. 우리 내일 오후에 카이세르 공항에 가야 하기 때문에 내일 1시까지의 Tour Guide와 차량, 공항 픽업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 친구 머리를 굴리더니 100유로를 제안한다. Deal~! 그래서 잠깐 동안이지만 교통편 신경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오전 시간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파카도키아에서 찾는 곳, Underground city로 간다. 이 곳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박해를 받아 이곳으로 오면서 땅 속에 바위를 파내고 살았던 곳이다. 그 길이와 규모가 엄청나다. 땅속 바위가 손으로 비비면 잘게 모래로 부스러져 동굴 만들기는 쉬웠을 것 같다. 누나는 밀폐공간의 답답함인 지 1차 코스를 돌고 밖으로 나간다. 나는 예정된 코스를 모두 돌고 나온다.(여행은 체력이 재산이다. 죽기 전에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밖으로 나오니 언제 사진을 찍었는지 내 사진을 접시에 프린트해 팔고 있다.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내 얼굴이 박힌 접시를 샀다. 기념품.

 

Underground city에서..


괴레메 우측에 있는 악마의 눈 나무..


파카도키아의 독특한 지형.

 

생각보다 시간이 남았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 생각이니 시간을 여유롭게 잡았는데 이렇게 전속 Guide가 생기니 좀더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 Nice View Point로 가달라고 하니 괴레메 우측의 Valley와 파샤바로 간다. 괴레메는 어디를 가나 독특한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카파도키아를 뒤로 하고 카이세르 공항으로 이동한다.

 

카이세르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국내선 항공기을 이용해 이동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이스탄불까지는 1000Km가 넘는다. 다시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았다. 그리고, 비행기 할인 티켓이 저렴해서 오토뷔스나 기차 티켓이나 비슷하다. 이스탄불로 돌아가 다음날 이스탄불을 돌아 다니면 이 여정은 끝을 맺는다.

 

 


지방 공항이라 그런 지 버스 타고 활주로로 가서 비행기로 걸어간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혹시 몰라서 안전을 위해 조그만 주머니 칼을 하나 준비했다. 짐 검사에서 걸렸다. 핸드케리용 배낭에 넣은 것이 잘못이다. 경찰에 불려 가서 어떤 조서를 쓰고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에서 이것으로 찾으라는 안내를 받는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 칼을 찾느라 생~ 쑈를 한다. 아무리 찾아도 경찰서는 보이지 않고, 공항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하면서 겨우 찾았다. 버려도 될 것 같은 칼인데, 뭘 찾겠다고..

 

국내선은 찬밥인가? 활주로에서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이륙. 이스탄불까지는 금새 간다. 기차로 갔으면 밤새 갔을 거리를 두 시간 남짓 도착한다. 주머니칼 되찾느라 Police Station을 찾는데 마무마구 헤멘다. 결국, 검색대 옆 개구멍을 지나 칼을 찾아 다시 들어온다. 삽질이다. 일주일 전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을 때처럼 트램을 타고 다시 숙소로 이동한다.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숙소까지 또 헤맨다. 구굴 지도는 진리다. 알바니스 호텔 도착한다. 같은 값이라도 이스탄불의 호텔 객실의 크기와 지방의 호텔 객실의 크기는 현저히 다르다. 코딱지만한 숙소. 뭐 어쩌랴? 피곤한 몸을 누인다.

 

여장을 풀로 천 개의 상점이 있다는 그랜드 바자르(시장)를 보러 간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그랜드 바자르를 빙~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손으로 이쪽으로 가야지 하는데도 이쪽으로 가야 한단다.  3TL이면 충분할 거리를 뱅뱅 돌아 한참 만에 와서는 30TL을 달랜다. 택시 기사는 알아 들었을까? 내가 한국말로 욕을 한다는 것을. 한 바탕 욕을 해주고는 10TL을 던져주고는 택시를 내려 버렸다. 다행히 따라 오지는 않는다. 여행이 바가지도 쓰고 욕도 하고 뭐 그러는 거지 뭐.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 저녁 8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그랜드 바자르의 대부분의 상점은 이미 닫았다. 그래서, 숙소까지 천천히 걸으며 이스탄불의 거리를 바라 본다. 그러다 어느 음식점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 이것 저것을 선택해서 저녁 식사를 한다. 이제 내일 하루 종일 이스탄불을 돌아보면 터키 여행을 마치게 된다.

 

조촐한 국내선 기내식


욕을 한바가지 해주고 나오는 순간.. 이걸 어떻게 찍었지?


음식들 중에 골라서 먹는다.




  이스탄불에서의 저녁 식사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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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침대 칸이 있는 기차 여행, 그리고 카파도키아

 

기차는 밤새도록 어디론가 이동한다. 선잠을 자다가 깨면 어딘가의 간이역에서 잠깐 섰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아마 지나치는 역 중에는 파묵칼레의 역도 있으리라. 우유빛 온천에 발을 담그지 못해서 아쉽다. 기차의 침대에서 자는 잠치고는 그래도 푹 잤다. 전날 땡볕의 강행군이 한몫 한 것 같다. 깨어보니 5시를 지나고 있다. 도착 2시간 전이다. 도착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다. 누나가 역무원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더니 연착~! 1시간쯤 늦어진단다. 터키의 기차 여행은 저렴하고 밤을 이용한 이동으로 숙박비도 절약할 수 있는 반면에 예정된 시간은 시간이고 출발과 도착은 자기 마음이라는 단점이 있다. 안내도 안 해준다. 알아서 눈치껏 간다.

 

콘야는 부르사에서 보았던 세마 의식의 본고장이다. 메블라나교의 발상지. 일정 계획을 짜면서 콘야에서 1박을 하면서 메블라나교 사원이나 관광지를 더 둘러볼 생각도 있었으나 여행 계획이 보름쯤 되면 모를까?

 

콘야의 기차역에서 내리니 12시간 40분의 승차시간. 콘야의 아침은 서늘하다. 셀축과는 또 다른 날씨다. 터키에는 항상 7 Season(7개의 계절이 상존)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기차역은 소박하다. 별 시설도 없다. 터키 중남부에서 비교적 큰 도시인데도 기차역은 작다. 안내책자를 얻어서 오토가르까지 버스로 이동하려 했으나 안내소도 안내책자도 없다. 예쁜 무슬림 아가씨에게 오토가르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I am also stranger.”(나도 여기 처음이야).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오토가르”. 달린다. 구글 맵에서는 가까운 거리였는데 꽤 한참을 달린다. 38TL(리라). 비싸다. 터키에서 지불한 택시비 중 가장 비싸다. 바가지인가?

 

콘야의 오토가르(버스 터미널). 뭐 이렇게 작냐? 몇 개의 오토뷔스 회사에 요금을 물어 본다. 처음 물어 봤던 회사는 요금은 45TL, 잠시 다른 오토뷔스 회사의 금액을 물어보고 다시 오니 30TL을 부른다. 표 끊고 탑승.

 

콘야의 기차역. 작다.


왜 이러고 사진을 찍는거여?

 

셀축과 달리 넓은 고원지대를 달린다. 끝없이 이어진 길. 여기는 크루즈 컨트롤이 필수겠다. 3시간을 달려 네브쉬히르의 오토가르(터미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도착하면 괴레메 연결편이 바로 있을 줄 알았다. 오토뷔스를 이용하면 터미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세르비스)이 공짜(Free Ticket). 바로 있을 줄 알았던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은 텅 비어 있다. 물어봐도 모른다. 한 참을 헤메다가 어떤 젊은 무슬림 청년에게 물어보니 Too Late~! 젠장~! 결국 돌무쉬를 타고 네브쉬히르 시내로 이동. 택시가 50TL이면 괴레메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을 쌩까고 돌무쉬에 오른다. 가고 또 가도 어린 돌무쉬 기사는 우리더러 내리라는 말을 안 한다. 한참을 갔을 무렵, “내려”. 내리니 또 어디로 가야하나? 내린 정류소의 노선버스에 괴레메 행 버스가 없다. 다시 물어보니 여기 말고 저쪽 정류소. 또 배낭과 가방을 질질 끌고 이동한다. 밤새 이동하고, 버스로 또 3시간을 이동하니 피곤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 물어본다. 선글라스를 낀 젊은 아가씨가 말한다. “10분 후에 올거야”. 멀뚱하니 서 있으니 괴레메 팻말을 붙여 놓은 하얀 돌무쉬가 온다. 반갑다.

 

네비쉬히르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돌무쉬에서..


괴레메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일정 체크..


드디어 도착한 호텔.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살려서 만든 호텔인데.. 일종의 자연 파괴..

 

30분쯤 달리니 카파도키아의 특별한 지형이 눈앞에 나타난다. 차는 무심히 달린다. 괴레메 정류장 도착. 호텔까지 걸어야 하나? 지치는데? 여행 안내소가 보인다. 이 호텔 어디냐? 예약했나? Yes! Free pick up service 불러줄까? Free? Yes!. 불러줘. 지쳐 있었는데 잘 됐다. 괴레메의 호텔은 이번 여정 중에 가장 비싼 호텔을 잡았다. 전날 기차 여행이 있고 15시간 이상을 이동하였기에 무척 피곤할 것 같았다. 그래서, 넓고 시설 좋은 호텔을 잡았다. 체크인 하고 투어 상품을 소개해주는데 비싸다. 셀축의 간이역에서 만난 빡빡이 대학생이 준 정보보다 훨씬 비싸다. 다른 곳에서 벌룬 투어를 예약할 생각으로 투어 상품은 패스하고 객실로 들어간다. 피곤 피곤 피곤.. 둘이 널부러져 한참을 쉰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빠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의 침식 작용으로 생성된 독특한 지형을 열기구를 타고 보는 투어 상품이 단연 인기다. 독특한 지형의 계곡을 MTV를 타고 가보는 것도 좋다. 직접 걸어서 로즈벨리나 파샤바를 가보는 것도 좋다. 몸은 힘들지만 괴레메에 체류하는 약 24시간 동안 가장 유명한 곳과 상품은 다 체험해 보았다. 결론은, 카파도키아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만한 독특한 지형과 훌륭한 Nice View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그 훌륭한 자원을 조금씩 갉아먹는 느낌이다.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자연 환경으로 먹고 산다는 느낌이랄까?

 

기운을 차리고 투어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간다. 50미터쯤 갔을까? Tour Agency가 보인다. 괴레메에는 벌룬 투어(열기구 체험)MTV, 각종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Tour Agency가 수십 군데가 있다. 호텔이 메인 거리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이 Tour Agency도 여행사들이 밀집한 거리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셈이다. 좀 쌀래나? 들어가서 물어본다. 벌룬 투어 얼마냐? 100유로. 호텔에서 50미터 걸어왔는데 호텔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30유로나 싸다. 셀축의 빡빡이 학생이 얘기해 준 가격과 동일하다. 벌룬 투어를 예약하고(카드로 하니 5유로 더 달랜다.), MTV를 물어보니 멀뚱히 우리 둘을 쳐다보더니 100TL!, OK! 언제 할건데? Right Now~! 전화하니 Pick up하는 무슨 리어카 같은 차가 온다. Agency에서는 100TLMVT 대여, 안내, 보험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하더니 장비 대여소에서는 보험은 없는 비용이니 알아서 하라고. . 걍 타지 뭐.. MTV 탈만은 했지만 안전에 신경이 쓰이는 나로서는 좀 위험하다. 운동 신경이 없거나 여자가 몰다가 사고내기 딱 좋다.

 

MTV를 타고 거리로 나가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다. 누나는 무섭다고 GuideMTV를 탄다. 얼마쯤 갔을까? 저만치 구멍이 숭숭 뚤린 절벽이 보인다. 가이드가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린다. 이 친구에게도 영어는 외국어고 나도 외국어이니 어렵다. 단지, 기독교도들이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했고 동굴과 바위에 구멍을 뚫고 살았다는 정도를 알아 듣는다. 바위가 석회암이 있어서인 지 손으로 문지르면 쉽게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 구멍을 파기가 쉬울 것 같다. 피곤함이 겹쳐서 사진을 찍는 둥 마는 둥 하니 다시 가잔다. 누나는 내 뒤에 타랜다. 내 뒤에 태운 이유가 있었다. 맨날 똑같은 가이드를 하니 지겨운가 보다. 가는 길에 MTV를 가지고 온갖 오도방정을 떤다. 묵묵히 따라간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Love Valley. 계곡은 정말 신기하다. 어쩌다 이런 지형이 만들어졌을까? 수 백만 년, 영겁의 시간이 이 같은 풍경을 만들었으리라. Rose Valley로 이동하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대여소로 돌아와 MTV를 반납하고 천천히 시내를 구경한다.

 

누나의 사진에는 셀카로 이렇게 찍은 사진이 많다. 가이드 뒷좌석에 앉아 찍은 사진.


.. 독일군 같다. 



Love Valley의 풍경들. 사람들을 끌어 들이기 충분할 만큼의 Nice View를 선사해 준다.

 

한국 식당도 있고, 많은 Tour Agency가 있다. 어느 식당 앞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중국이나 한국의 대학생들의 배낭 여행 같다. 내가 여유가 좀 있었으면 그들에게 밥 한 끼라도 사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좀 먹긴 먹었나 보다. 누님이 고르고 골라 들어간 식당이 술탄 레스토랑(Sultan Restaurant). 맛은 뭐 그닥.. 배를 채우고 나온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과일이나 좀 살까 싶어 근처 상점에 들른다. “안녕하세요젊은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추리닝 바람에 과자를 고르고 있던 한국 아가씨와 만난다. 이 친구를 다음 날 벌룬 투어에서 만나고 열기구도 같이 타게 된다. 백일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왔단다. 혼자 여행을 다닌다니 대단하다.

 

호텔에 돌아오니 리셉션 데스크에서 부른다. 벌룬 투어 예약했지? 했지. 05:20Pick up이지? 그렇지. Tour Agency에서 연락이 온 모양이다. Pick up 시간이 04:50분으로 바꿨단다. 벌룬 투어는 새벽에 모여 열기구를 타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재미가 좋다. 어제 밤부터 이동하고, 이곳에서 MTV를 타고 여행이 중반으로 접어드니 피곤하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욕조가 있는 객실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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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셀축은 기원전부터 번성했던 도시이다. 터키 여행 루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 식당도 2군데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 천년 전의 영화를 간직하고 있을 뿐 마을은 크지 않다. 조상들이 남긴 과거의 유산으로 살아가는 듯 하다.

 

http://istanbul.tistory.com/entry/%EC%97%90%ED%8E%98%EC%88%98%EC%8A%A4Ephesus-%ED%98%84%EC%9E%AC%EB%AA%85-%EC%85%80%EC%B6%95-SELCUK

셀축에 대한 자료

 

조그만 호텔, 우리나라로 치면 펜션 같은 숙소에 투숙객은 우리밖에 없다. 아침 식사하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다. 관광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 지 음식도 인스턴트 위주로 그냥 저냥 배를 채운다. 호텔 메니져는 에페소 관광루트를 알려준다. 에페소와 아르테미스 신전을 보고 쉬린제 마을로 넘어가는 루트를 잡아본다. 루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먹는 거이 남는 거임. 잘 먹자. 이 날, 허벌나게 걸었다.

 

에페소 관람은 보통 북쪽 게이트로 택시를 타고 가서 남쪽 게이트로 나와서 돌무쉬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택시 요금은 약속된 바가지 요금이 적용된다. 비싸다. 어쩔 수 없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 한 무리의 독일 노인 여행객들을 따라 귀동냥으로 해설을 들으며 이동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기원전 몇 세기에 세워지고 번성을 누렸던 것들이지만, 역사적 감흥은 글쎄.. 커다란 원형 극장, 도서관 흥미롭다. 수 천년 전의 공중 화장실에는 왠지 2000년 묶은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2월의 지중해의 태양은 뜨겁다. 1시간 남짓 남쪽 게이트로 오는데 헉헉~ 거린다. 살을 빼야지. .

 

에페소의 풍경들


독일 할베들


에페소의 거리


2000년 전의 화장실. 똥냄새가 나는 듯하다.


2000년 전의 도서관.


고대 로마시대쯤의 문자. 인간의 역사란



2000년 전에 이곳에서 살았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란 주문에 지은 표정..은 무슨.. 덥다.


이 사진 왠지 큰누나 같다.


찍어 달래서 머리만


남쪽 게이트에 나오니 돌무쉬 몇 대가 서 있다. 그걸 타고 갈 요량을 하고 있는데, 누나가 지도를 보더니 아르테미스 신전, 멀지도 않은데 걸어가자~! 거리감 없는 우린 누님. 걸어가기엔 좀 먼 거리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도 초행이라 누나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 그러나, 2월의 지중해의 햇살은 뜨겁다. 땀은 삐질삐질, 날은 덥고 두꺼운 겨울 옷, 휙휙 지나가는 차량 행렬.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아르테미스 신전이 나온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그냥 기둥 하나만 서 있는, 뭐 이런 게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7대 불가사의라고 한다. 기둥이 127개나 있는, 건축 기간이 120년이나 걸린 웅장한 건물이라고 한다.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이교도의 신전은 철저히 파괴되고 127개의 기둥에 파괴되어 교회와 사원을 짖는 건축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여기의 기둥을 빼서 500Km나 떨어진 이스탄불의 건축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암튼, 아르테미스 신전은 기둥 하나 보고 끝이다. 

 


사실 볼거리가 이게 전부다. 뒤에 있는 기둥 하나..

 

http://blog.daum.net/rollei66/16884636

사도 요한 교회 & 아르테미스 신전

 

또 걷는다. 셀축 시내로 걸어가다 보니 한국 식당이 2개나 있다. 이 먼 곳까지 한국인이 와서 살아가고 있다. 셀축 터미널에 가서 쉬린제로 가는 돌무쉬를 탄다. 쉬린제 마을은 지중해 연안, 산 중턱의 조그만 마을이다. 원래는 그리스인들이 개척한 마을이나 터키와 그리스의 주민 교환 정책에 의해 현재의 쉬린제 마을이 되었다. 터키에서 그리스풍의 집들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농촌의 관광지가 그렇듯, 처음 관광지로 소개될 때는 소박한 그리스 풍의 전원 마을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상업화된 쉬린제를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온통 상점들을 만날 뿐이다. 좋았던 것은 쉬린제 마을로 가는 동안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올리브 나무의 풍경이다. 쉬린제는 올리브로 만든 와인과  식재료, 비누 등을 팔고 있다.

 

쉬린제에서 다시 한 번 전통 터키식 커피를 맛 보았다. 그리 뜨겁지도 않은 모래에 물과 커피를 넣은 포트를 올려 놓고 기다리면 부글부글 거품이 오르고 그것을 바로 커피잔에 부어 마신다. 무척 쓰고 커피 가루가 입안에 돌아다닌다. 설탕을 넣으려 하니 같이 동석한 이슬람 가족이 넣지 말랜다.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각설탕을 이빨로 물고 커피를 마신다. 원래 그런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말레이지아에서 마셔 본 터키식 커피도 바닥에 커피가루가 한 가득 담겨서 나온다. 스푼으로 섞으면 안된다. 그냥 위에 커피만 마신다. 이 커플은 특이하게 여친과 남친, 그리고 여친의 부모와 같이 여행 중이다. 예비 사위와 장인이 함께 여행 중인 다소 우리가 보기에 의아한 상황이지만 그들은 이렇게 여행 중이다. 내 카메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가격을 알려주니 놀라워했다.

 

Turkish Coffee..







쉬린제에서 만난 커플. 여자친구의 아빠랑 여행 중이다.

 

쉬린제 마을에서 돌아오니 점심 때가 지나 있다. 오전 내내 땡볕에서 걸었고, 쉬린제 마을에서 걸어 다녔더니 지친다. 다리도 아프다. 투어 가이드 책자에 소개된 식당을 찾느라 헤매고, 정작 찾아 갔더니 없다. 옆집 식당 사장이 말한다. 망했어~! 옆집 식당에 털썩 주저앉아 점심을 먹는다. 식당 이름이 오전에 보았던 아르테미스 신전과 똑같다. 점심 먹고 좀 쉰다. 힘들다.

 

오전의 고된 노동을 한 후 점심 식사를 한 식당. 식당 이름이 아르테미스 식당.

 

기운을 차려 사도 요한 교회로 가본다. 사도 요한 교회는 사도 요한이 박해를 피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이곳으로 피신하여 말년을 보낸 곳이라 한다. 그리고, 아르테미스 신전의 기둥을 빼내서 지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교회가 사도 요한 교회. 순례자의 문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서 수 천년 전의 역사적인 기념물들을 더위에 지친 눈으로 물컹하게 바라본다. 더웠다. 2월에 이렇게 더울 줄이야. 언덕 꼭대기의 성벽(투르크인들이 세운 성곽)까지 가서 알뜰하게 본다. 성 안에는 이슬람 식의 사원과 기도처가 있다. 기독교과 이슬람이 공존하는 곳. 특히 이스탄불은 이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오전에 땡볕에서 너무 지친 나머지 예정보다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12일의 긴 이동을 위해 이즈미르로 향한다. 셀축 일정이 끝나고 카파도키아로 갈 예정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중간에 파묵칼레에 들러서 우유빛 석회석 온천 물에 발을 담가 보겠지만 2월이다. 비수기고 온천 물 다 말랐단다. 그래서 과감히 생략. 셀축에서 바로 카파도키아의 괴레메로 가는 여정을 잡았다.

 

이즈미르로 이동하여 침대 칸이 있는 기차로 내일 아침까지 콘야에 갈 계획이다. 터키 여행에서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예매를 못한 티켓이 콘야까지의 기차 티켓이다. 터키 국철의 온라인 티켓 예매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으나 영어 페이지는 동작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다가 알아낸 것이 이스탄불에 있는 Travel Agency. 이 에이젼시에 내 여행 계획을 알려주고 적당한 기차 일정을 알려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적당한 기차편과 함께 무려 35유로쯤 수수료가 붙은 계산서가 왔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고 이메일로 예약 티켓을 받았다. 인터넷 세상을 세삼 느낀다.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 트램을 타고 술탄 아흐멧역에 도착할 즈음 메일로 예약했던 Travel Agency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넓다.

 

Travel Agency에 보낸 기차표 예매 결재 양식.

 

기차 요금은 대략 45TL정도였던 것 같은데 무려 70유료 결재했다. 여행 일정을 터키에 입국해서 Local Travel Agency에서 정하면 좀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단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아가씨가 그렇게 한 케이스다.

 

셀축의 기차역은 조그맣고 한적한 간이역이다. 호텔에서 우리 기차로 이즈미르까지 간다고 하니 태워준다. 팁을 줘야 하는데 터키 지폐가 없다. 1000원짜리 지폐 5장을 내밀었다. 리라로 치면 얼마쯤 된다는 설명과 함께. 저만치 중국틱한, 머리를 빡빡 깍은 대학생쯤 돼 보이는 친구가 흘끔흘끔 우리를 쳐다본다. 슬금슬금 오더니 한국분이세요? 그런데요? 가방 좀 봐주세요.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변변한 화장실이 없는 간이역. 나도 아까 저만치 가서 뒤돌아서 해결을 했는데 이 친구도 그럴 심산인 모양이다. 잠시 사라졌다가 온 친구는 한국 대학생. 한달 째 여행 중이란다. 체코, 세르비아을 거쳐 터키에 왔고 이제 여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부럽다.

 

Follow me~!

 

따라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애꿎은 시간만 날렸다. 이즈미르의 기차역에서 콘야로 향하는 기차를 타려면 얼마 떨어지지 않는 다른 기차 종착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마치, 경부선의 종착역인 서울역과 영동선의 종착역인 청량리가 조금 떨어져 있듯이. 구글 지도 상으로는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여서 걸어가거나 택시를 탈 생각이였다. 왜 그 아가씨들한테 방향을 물어봤을까? 이즈미르 종착역에서 내리면서, 셀축에서 같이 탔던 삼성폰으로 게임을 하던 3인방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콘야행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았다. 대답이 Follow me~!.. 따라오란다. 20분이나 도심 한복판을 지들끼리 숙덕숙덕거리며 간다. 20? 지도 상으로 그리 멀지 않았는데? 어느 지하철 앞. 우리 지하철 타고 갈 건데 우리도 사실 이지미르 처음이다. ? 터키인의 과잉 친절. 길 찾는 외국인에게 터키인으로서 여기는 처음이지만 안내를 해주고 싶었나 보다. 결국 택시를 타고 알칸스 기차역으로 가자고 한다. 하루 종일 걸었고 이즈미르 공기는 탁했다. 피곤했다. 택시는 어디론가 가더니 커다란 쇼핑타운에 선다? What? 어쩌라고? 여기가 알칸스란다. 트래인 스테이션. TCDD~! ~! TCDD. 택시는 다시 출발한다. 알칸스 TCDD 역 도착. 출발까지는 대략 15분쯤 남았다. 셀축과 이즈미르의 여정은 땡볕에 허벌나게 걸어 다니고, 헤해고, 덥고, 땀나는 여정이다. 여행은 뭐 그런 것 아닌가? 여행이 끝나고 구글 지도에서 이 두 역의 거리를 재보니 약 2Km가 안되었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 택시 타도 10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가량 헤맸다. 시간 여유를 두어서 일정을 잡았기 망정이지..

 

 

이 아가씨들 때문에 이즈미르 거리를 헤매다.

 

이즈미르에서 콘야까지는 기차, 그리고 콘야에서 카파도키아의 심장부 괴레메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 무려 15시간의 이동 계획이다. 침대 칸이 있는 기차를 타보고 싶었다. 이래저래 터키의 교통 수단 대부분을 이용해 본다. 15분밖에 남지 않아서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 누나는 기차를 지키고 나는 부리나케 뛰어 다니며 저녁거리를 샀다.

 

여행 일정 체크 중이다.


바퀴 달린 가방 들고 힘들다.


기차에서 간단한 저녁.


다음 날 아침 콘야에 도착하기 전 아침 식사

 

얘네들은 기차표 검사도 안 한다. 방송도 없이 출발 시간이 되니 기차는 움직인다. 침대 칸 차량에 승객은 우리뿐이다. 아래층과 위층으로 침대가 딸린 기차 칸. 의외로 시설 괜찮다. 기차에서 빵과 음료수로 저녁을 대신한다. 대충 씻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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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주말르크즉 마을, 끝없는 올리브 나무

 

예실 호텔의 아침은 실망이다. 예실 호텔을 선택한 이유가 아침 식사였는데 인스턴트 식사로 도배되어 있다.(호텔 안내 사진을 너무 믿지 말자.) 아침을 먹고 주말르크즉  마을로 간다. 택시를 타고 부르사의 산 중턱에 있는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가옥들이 남아 있는 마을로 간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주 한옥마을쯤 되려나? 꽤 알려진 마을이지만 한산하다. 월요일 아침이니까. 한적한 산 중턱의 마을에서 오스만투르크의 숨결을 느끼지는 못하고, 천천히 둘러 본다. 바쁘지 않게. 여행은 쓸데없는 곳에 돈쓰기일 수도.. 마을은 상업화 되었지만 아직 농사일을 손에 놓은 것 같지는 않다. 상점들은 조그마했고, 자신들이 재배하는 것들로 만든 것을 파는 것 같다. 대부분 올리브를 재료로 하는 것들이다.

 

마을에서 만난 터키 커플, 이들은 잘 살까?


올리브를 절인 것, 와인, 비누 등을 판다. 조그만 상점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마을이다.

 

주말르크즉 마을의 소소한 풍경들

한적한 시골마을


우리의 농기구랑 비슷하다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건물


근처 학교의 터키 아이들


우리 버스비를 대신 내준 마음 좋은 아저씨.. 나이를 갈음할 수 없다 


http://blog.daum.net/woodbine/11205291

주말르크즉 마을에 대한 정보

 

마을을 한 바퀴 휘~ 돌아도 여전히 한산하다.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기다려도 버스가 없다. 월요일 오전. 마을은 오스만투르크 시대에 정지해 있는 듯하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려는데 문제가 생긴다. 어제 부르사 터미널에서 산 버스카드의 남은 금액이 버스를 타기에 모자란 것. 현금으로 내려니 너무 고액권만 있다. 버스 기사와 서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인심 좋게 생기신 터키 할저씨(할아버지와 아저씨의 중간쯤)가 그냥 타랜다. 그러고는 우리 버스비를 내준다. 여기도 전자식 카드를 모두 사용한다. IT 기술은 터키에도 많이 퍼져 있다.

 

버스에서 오는 내내 고마운 마음에 사탕도 드리고, 아저씨는 답례로 터키 어디에나 있는 악마의 눈이 그려진 라이터를 선물로 받았다(이건 아직도 우리집 주방에서 필요할 때마다 쓴다.)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 지도 알려준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걷는다. 구글 지도 출력해 오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데이터 로밍하면 되지만 하루에 만원. 너무 비싸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튼튼한 두 다리가 재산이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어제 도착했던 터미널로 향한다. 찬란했던 로마시대의 영광을 보여주는 셀축으로 가기 위해. 어제 탔던 98번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터미널에 도착한다. 여행자는 어디에서나 헤매기 마련이다. 셀축 가는 버스를 찾아 또 헤맨다. 친절하게 안내해 준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아가씨에게 이젠 소용이 없어진 버스 카드를 답례로 내민다. 어제 버스 탈 때 일회용 권을 사려고 했는데, 기생 오래비 터키 맨이 그냥 이걸로 사라고 해서 샀던 카드. 결국 남아서 이렇게 쓴다.

 

 



부르사 터미널에서 만난 사람들. 터키 어디에나 있는 케밥을 점심으로 먹는다.

 

 

부르사에서 셀축까지는 7시간. 터키 여행에서 가장 긴 거리의 오토뷔스 여행이다. 셀축까지 가는 7시간 내내 창밖에는 올리브 나무의 행렬이다. 처음에는 저 나무가 올리브 나무인 지 몰랐으나 셀축에서 쉬린재 마을로 넘어가면서 알았다.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나무가 올리브 나무라는 것을. 지중해의 선물답다. 7시간 내내 올리브 나무만 봤다. 고속도로 휴게소. 홍차를 판다. 0.5리라에 홍차를 마신다. 여행지에서 맛보는 홍차의 맛, 왜 집에서 마시는 홍차 맛과 다를까?

 

터키 어디에나 맛 볼 수 있는 홍차

 

또 하나 터키 여행에서 주의할 점. 모든 화장실이 유료. 이지미르에서 잠깐 정차했을 때 화장실에서 화장실을 들어가는 회전문을 만났다.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신기하다. 우리나라 1970년대를 보는 듯 하다. 터키에서 화장실 사업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을 듯. 

 

셀축에 도착하니 저녁 8시쯤. 터키 최고의 관광지답게 택시비도 바가지다. 피곤해서 걸어도 될만한 거리인데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누나는 배낭이 아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라 걷기가 좀 무리다. 아마존 호텔의 투숙객은 우릴 뿐이다. 저녁 먹을 생각도 못하고, 셀축으로 오면서 주전부리로 먹었던 음식과 버스에서 준 음식(버스에서 음식도 준다.)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골아 떨어진다. 중년에게 패키지 여행이 아닌 스스로 만든 루트를 따라 가는 여행은 힘들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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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마르마라 해엽 그리고 부르사

 

선잠을 자고 아침을 맞는다. 시차 적응이 안 된 몸은 아직 붕~ 떠있는 듯 하다. 터키 여행에서 모든 숙소를 예약할 때 모두 아침 식사를 포함하도록 했다. 아침 시간에 지리도 모르는 곳에서 어디 가서 무엇을 먹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꼭대기 층 카페테리아로 가니,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묵었던 숙소 중 가장 훌륭한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다. 스프와 빵, 케밥을 챙겨서 든든하게 먹는다. 누님은 이렇게 여행 와서 터키식 식사를 하는 것이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저만치 보이는 마르마라 해협을 보면서, 좀 있다가 저기를 폐리를 타고 지나 갈거야 뭐 그런 얘기를 나눈 것 같다. 여행 시즌은 아니였으나 몇몇 보이는 여행객들에서 동양인은 우리뿐인 듯 하다.

 



이스탄불에서의 첫 식사. 생각보다 훌륭하다.

 

호텔 프런트의 기생 오래비처럼 생긴 터키 남자가 택시를 불러준다. 보통의 터키 남자들은 검은 수염이 있는 동,서양의 얼굴이 섞인듯 한, 남자가 보기엔 기생 오래비, 여자가 보기엔 잘 생긴 남자인 것 같다. “우리 페리 타러 가야돼라고 하니 불러 준다. 부르사로 가는 교통편을 굳이 페리로 선택한 것은 마르마라 해엽을 배를 타고 건너가 보고 싶었다. 배로 가는 도중에 멀리서 보게 될 뷔퀴카다 섬도 보고 싶었다. 여행 루트를 짤 때, 마르마라 해엽에 있는 섬에서 1박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가볼 곳은 많고 시간은 적었다. 그래서 그 섬은 지나가면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 터키 여정에서 배와 침대 칸이 있는 기차, 그리고 터키 여행의 동반자인 오토뷔스(고속버스), 돌무쉬, 국내선 비행기 등 이동 수단을 모두 이용해 보자는 욕심도 있었다. 마르마라 해엽.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해엽. 이 해엽에서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문명을 이루고 .. 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알로바로 가는 페리 선상에서..

 

알로바 선착장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물어 물어 부르사로 가는 터미널에서 부르사로 가는 오토뷔스(고속버스)를 탄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랑 비슷하다. 시설은 좀 더 좋다. 각 의자마다 조그만 LCD TV도 있다. 남차장이 음료수도 준다. 수염 달린 무슬림 남차장이 요금도 받고 음료수도 주는 색다른 세상이다.

 

부르사 고속버스 터미널 도착. 넓다. 어디 가서 버스를 타지? 내 짧은 영어 실력과 손짓 발짓으로 조금 헤매고, 버스표 사는 데 또 헤매고.. 여행이란 뭐 그런 거 아닌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우리의 두 번째 숙소 예실호텔(Yesil Hotel)은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다. 그 호텔을 선택한 건 오로지 booking.com의 호텔 안내 사진에 아침 식사가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텔 위치도 부르사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 외곽의 한산한 곳으로 정했더니 버스는 어딘 지도 모르게 끝없이 달려만 간다.

 

버스 기사에게 우리 이 호텔 가는데 어디서 내려야 하나? 물었더니 알려 준단다. 그런데, 정작 한참 후에 도착한 곳은 버스의 종점. 우리를 끌고 자기네들 동료한테 가서 지도를 보여주고는 한참 동안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하더니, 저기서 몇 번 버스를 타라. ~! 우리가 탄 버스가 바로 호텔까지 가는 버스가 아닌 거여?

 

터키 여행에서 이런 터키 사람들의 과잉친절이라면 친절인 광경을 몇 번 목격한다. 이즈미르의 길치 3인방 아가씨도 그렇고 우리 버스비를 대신 내준 아저씨도 친절하다. 다시 돌무쉬 같은 버스를 타고 버스 기사에게 지도를 내미니 알려 준단다. 구글 지도를 출력해 가지 않았으면 낭패였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더니 내리란다. 내려서 앞을 보니 애타게 찾던 예실 호텔. 시차 때문에 선잠을 자고 이동한 지라 피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제의 호텔보다 넓고 편안하다.(여정 중에 시설은 가장 좋았으나 아침 식사는 사진처럼 훌륭하지는 못했다.)

 

짐을 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근처 식당. 누나는 여전히 신기한가 보다. 이것저것 주문. 많을 것 같은데? 아직 잠이 떨어지지 않은 나는 대충인데 누님은 잘도 드신다. 호텔로 돌아오는데 젊은 아가씨들이 우리를 보고 K-POP를 소리친다. 어떻게 한국 사람인 걸 알지? 이 곳은 관광지도 아니고 호텔이 몰려 있는 곳도 아니라서 외국인 보기 어려운 것 같은데? 하물며 동양인을? 어울려서 사진을 찍는다. 여행은 뭐 이런 거니까.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겪는 것이니까.

 


점심 치고는 좀 많다. 누님 잘도 드신다.

 

호텔 바로 뒤가 택시 차고지다. 택시를 타고 카라바스 벨리 문화센터로 이동한다. 부르사로 온 목적이 이 문화센터에서 매일 행해지는 세마 의식을 보기 위해서다. 터키를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 중에 하나가 길쭉한 모자와 커다란 치마자락를 휘날리면서 끊임없이 돌다가 일순간에 멈추는 세마 의식. 메믈라나교의 수행방법이기도 한 이 의식을 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8000Km을 날아서.

 

택시 기사도 길을 헤맨다. 몇 번을 전화 통화한 끝에 주도로에서 골목골목 들어가서 문화센터를 만난다. 택시 기사도 길을 모를 만한 것이 구석진 곳에 자그마하게 있어서 알고 있지 않은 사람이면 헤매기 딱 좋은 곳에 있다.

 

 


찾는 데 힘들었다. 이곳을 오기 위해 8000Km을 날아왔다.

 

7,8년 전쯤에 터키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 때 보았던 여행 안내서에 이 의식이 소개 되어 있었다. 부르사로 향하면서 혹시나 8년전 정보니 없어져 버렸으면 어쩌나 했다. 아마 여행 책자에 소개되기 이전부터 행해지고 있었을 테니 오늘 이 의식을 본다면  그 역사는 십 수년에 이를 것이다. 무슬림들의 종교와 일상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문화센터에 들어가 세마 의식을 보러 왔다고 하니 저녁에 오란다. 저녁 7. 3~4시간쯤 시간이 빈다. 다행이 문화센터가 있는 곳은 울루자미 근처로 부르사의 가장 중심가이다. 여행객들이 밀집한 곳이다. 울루자미와 근처 시장을 둘러 본다. 울루자미는AD 1세기 건축물이다. 터키는 동서양이 만나고 혼합되고 발전하던 곳이라 왠만하면 BC 몇 세기다. 아야 소피아 성당의 청동문은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이겨서 뜯어왔다고 하더만.

 

시장을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시차로 졸음이 밀려왔다.) “헬로~ 마이 프랜드”. 조그만 커피 하우스의 털복숭이 무슬림이 우리를 부른다. 누나와 1.5리라짜리 Turkish Coffee를 마신다. Turkish Coffee는 굉장히 진하다. 커피 가루도 막 입 안에서 돌아 다닌다. Turkish Coffee는 절대로 휘휘 저으면 안된다. 만약 그러면 입안 가득 커피 가루를 마시게 될 것이다. 시차 때문에 본격적으로 졸음이 밀려오는 나에게 진한 Turkish Coffee는 반짝 각성이 된다.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다. 헬로~! 마이 프랜드.

 

예정에 없던 관광을 하느라 대충 훝어보고 문화센터로 다시 간다. 작은 Cafe에서 홍차를 주문하니 들어 오란다. 손님방으로 안내된다. 자기 내 종교의식을 보러 온 동양인 남매가 신기한가 보다. 홍차를 내온다. 터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홍차. 영국이 홍차의 나라라고 하는데 터키도 홍차의 나라인가 보다. 터키 전역에서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홍차를 마신다. 홍차를 마시며 손님방의 사진과 문화센터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본다.

 

문화센터의 세마 의식은 매일 저녁 이루어지고, 전문 무용수가 아닌 이를 테면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보드에 각 일자 별로 의식을 할 각 조와 인원들이 배정되어 있다. 아마추어. 일상의 생활인들이 자신들의 생활에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이 의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각 조별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의 공연을 하고 있다. 그것을 십 수년 아니면 그 이상일 수 있는 시간을 면면이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는 이 의식이 자신의 수행 방법의 하나이며, 종교 의식이면서 포교의 한 활동이라고 한다. 화려하지 않은 일상 생활의 의식이 저 멀리 동양의 한 나라에서 이렇게 사람을 오게끔 한 것이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아이들


시차 때문에 졸음이 밀려온다


세마 의식 준비. 꼬마병정 같은 모습이다.

 

시간이 되자 세마 의식이 행해지는 곳으로 안내된다. 여자는 이층. 남자는 일층. 세마 의식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기고도 싶었지만 그 의식만큼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이것을 보기 위해 왔으니 아낌없이 보자.

 

https://youtu.be/s1NRKRqFh_g

브루사의 세마 의식

 

https://youtu.be/qCcfNIYugKc

전문화된 세마 의식

 

부르사의 세마 의식은 전문 무용수가 아니니 실수도 있고, 세련되지 못한 동작도 있고 그랬다. 그런데, 그게 더 가식 없어 보였고, 물들어 보이지 않았고, 가공되어 보이지 않았다. 좋았다. 아마도 이 의식은 오늘 밤에도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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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의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뭐 하는 거지? 여행은 언제 갈 거야?”

 

뜬금없이 든 생각이지만 오래 묵혀둔 생각이다. 사무실에 올라와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누님에게 전화를 한다.

 

갈거요? 말거요?”

 

그렇게 중년 남매의 터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터키 여행지를 알아보고, 여행 루트를 짜보고, 호텔과 교통편을 예약하고, 볼거리들을 파악하는 일들이 참 많다. 시간이 부족해서 주말에 사무실에 츨근해서 돈이 나갈 교통편과 호텔 예약을 모두 마친다. 인터넷 세상, 모든 여행지의 호텔과 교통편, 마르마라 해엽을 건너는 페리의 좌석까지 예약할 수 있다.

 

인천 입국장.

 

누님은 새벽 아침 속초에서 출발했으리라. 나는 터키 이스탄불로 직항하는 대한항공 편이다. 누님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경유하는 tripsta의 비행기다. 나는 그 동안 해외 출장으로 모은 마일리지로 예약한 보너스 항공권. 일 참 많이 했다. 마일리지로  터키까지 갈 정도다. 누님은 같은 비행기로 가려니 국적 항공기의 티켓이 너무 비싸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이니 할인 항공권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내 비행 일정과 비슷한 시간 대의 저렴한 티켓을 알아보니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항공권.

 

경유 공항인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 시간은 1시간뿐이다. 환승을 못하면 졸지에 중앙 아시아 한복판에서 미아가 된다. 나름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다. 비행기 환승에 필요한 간단한 영어를 알려주고, 써주고, 한 시간 먼저 누님은 출발한다. 뭐 약간의 불안, 긴장 그런 것이 여행의 재미 아닌가?

 


이번 여행의 의미는? 뭐 그런 거 있나?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간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수 있나?

 

터키까지 11시간 비행. 2, 간식 1.. 나이가 먹어서인 지 이런 저런 일로 해외 여행과 출장을 다녀서인 지 비행에 별다른 것은 없다. 단지,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산악 지대를 지나고 있을 때 그 특별한 지형과 풍경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저녁 7. 오후 2시에 출발해서 11시간을 날아서 왔는데 오후 7시다. 이런 날은 시차로 인해 잠을 설친다. 누님은 예정대로라면 내가 도착한 후 40분 후에 도착한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서는, 누나가 들어오면서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입국 심사대 바로 뒤에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누님을 기다린다. 30분쯤 지났을까? 벌써 착륙 시간은 지났는데 왜 안 오지? 알마티 비행 편을 보니 벌써 도착~! 어디 간 겨?

 

전화가 왔다. 누나다. 어디 있냐고? 이미 터키 공황에 들어와서 짐까지 찾았단다. 아마도 입국 심사대 뒤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나를 못보고 그냥 지나친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헤어진 후 12시간만에 8000Km떨어진 곳에서 다시 남매는 상봉한다.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 줄인 줄 알고 서 있다가, 방송에서 어설프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갔더니 마지막 탑승객으로 자기를 찾고 있었다나. 하마터면 국제 미아가 될 뻔 했다.  

 

2월의 이스탄불은 춥다. 관광 시즌도 아니다. 퇴근길의 터키 사람들과 섞여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이미 두 번이나 방문을 했던 이스탄불이지만 올 때마다 생경하다. 공교롭게도 모두 겨울에 왔다. 고등어 케밥을 먹고 페리 투어를 한 것이 거의 전부지만 이스탄불은 친근하면서 생경한 도시다.

 

중간 환승역에서 좀 헤매다가 술탄아흐멧 역에 도착한다. 얼마 전 폭탄 테러가 있었던 블루 모스크 광장을 지나 숙소로 향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폰에서 본 숙소와 실제로 방문한 숙소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진으로는 큼직한 호텔 같았지만 작고 조그만 호텔이다.(사진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마르마라  해엽을 볼 수 있는 바다쪽 방(SeaView Room)이라고 해서 예약을 했건만, 마르마라 해엽이 보이긴 보였다. 코딱지만하게.  이미 12시간 이동했기 때문에 피곤했지만 시차 때문인 지 뒤척이며 선잠을 잔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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