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의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뭐 하는 거지? 여행은 언제 갈 거야?”

 

뜬금없이 든 생각이지만 오래 묵혀둔 생각이다. 사무실에 올라와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누님에게 전화를 한다.

 

갈거요? 말거요?”

 

그렇게 중년 남매의 터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터키 여행지를 알아보고, 여행 루트를 짜보고, 호텔과 교통편을 예약하고, 볼거리들을 파악하는 일들이 참 많다. 시간이 부족해서 주말에 사무실에 츨근해서 돈이 나갈 교통편과 호텔 예약을 모두 마친다. 인터넷 세상, 모든 여행지의 호텔과 교통편, 마르마라 해엽을 건너는 페리의 좌석까지 예약할 수 있다.

 

인천 입국장.

 

누님은 새벽 아침 속초에서 출발했으리라. 나는 터키 이스탄불로 직항하는 대한항공 편이다. 누님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경유하는 tripsta의 비행기다. 나는 그 동안 해외 출장으로 모은 마일리지로 예약한 보너스 항공권. 일 참 많이 했다. 마일리지로  터키까지 갈 정도다. 누님은 같은 비행기로 가려니 국적 항공기의 티켓이 너무 비싸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이니 할인 항공권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내 비행 일정과 비슷한 시간 대의 저렴한 티켓을 알아보니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항공권.

 

경유 공항인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 시간은 1시간뿐이다. 환승을 못하면 졸지에 중앙 아시아 한복판에서 미아가 된다. 나름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다. 비행기 환승에 필요한 간단한 영어를 알려주고, 써주고, 한 시간 먼저 누님은 출발한다. 뭐 약간의 불안, 긴장 그런 것이 여행의 재미 아닌가?

 


이번 여행의 의미는? 뭐 그런 거 있나?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간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수 있나?

 

터키까지 11시간 비행. 2, 간식 1.. 나이가 먹어서인 지 이런 저런 일로 해외 여행과 출장을 다녀서인 지 비행에 별다른 것은 없다. 단지,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산악 지대를 지나고 있을 때 그 특별한 지형과 풍경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저녁 7. 오후 2시에 출발해서 11시간을 날아서 왔는데 오후 7시다. 이런 날은 시차로 인해 잠을 설친다. 누님은 예정대로라면 내가 도착한 후 40분 후에 도착한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서는, 누나가 들어오면서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입국 심사대 바로 뒤에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누님을 기다린다. 30분쯤 지났을까? 벌써 착륙 시간은 지났는데 왜 안 오지? 알마티 비행 편을 보니 벌써 도착~! 어디 간 겨?

 

전화가 왔다. 누나다. 어디 있냐고? 이미 터키 공황에 들어와서 짐까지 찾았단다. 아마도 입국 심사대 뒤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나를 못보고 그냥 지나친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헤어진 후 12시간만에 8000Km떨어진 곳에서 다시 남매는 상봉한다. 알마티 공항에서 환승 줄인 줄 알고 서 있다가, 방송에서 어설프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갔더니 마지막 탑승객으로 자기를 찾고 있었다나. 하마터면 국제 미아가 될 뻔 했다.  

 

2월의 이스탄불은 춥다. 관광 시즌도 아니다. 퇴근길의 터키 사람들과 섞여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이미 두 번이나 방문을 했던 이스탄불이지만 올 때마다 생경하다. 공교롭게도 모두 겨울에 왔다. 고등어 케밥을 먹고 페리 투어를 한 것이 거의 전부지만 이스탄불은 친근하면서 생경한 도시다.

 

중간 환승역에서 좀 헤매다가 술탄아흐멧 역에 도착한다. 얼마 전 폭탄 테러가 있었던 블루 모스크 광장을 지나 숙소로 향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폰에서 본 숙소와 실제로 방문한 숙소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사진으로는 큼직한 호텔 같았지만 작고 조그만 호텔이다.(사진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마르마라  해엽을 볼 수 있는 바다쪽 방(SeaView Room)이라고 해서 예약을 했건만, 마르마라 해엽이 보이긴 보였다. 코딱지만하게.  이미 12시간 이동했기 때문에 피곤했지만 시차 때문인 지 뒤척이며 선잠을 잔다.


Posted by 수.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