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아부다비 공항, 뼈에서 부는 바람 소리

 

아침을 먹고는 체크 아웃을 한다. 오늘 이스탄불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간다. 체크 아웃을 하고 짐을 일단 호텔에 맡기고 골든혼의 페리 터미널로 간다. 이스탄불에 왔으면 골든혼의 Ferry Tour를 안 해볼 수 없다. 골든혼의 사설 Ferry 투어는 약 50TL이지만 공식적인 Ferry Tour15TL이다. 2시간 동안 이스탄불의 동편과 서편을 오가며 역사적 유적들의 설명을 듣는다. 뭔 소린 지는 잘 모른다. 내 영어는 그것을 알아들을 만큼 신통치 않다. 그저 동서양의 문명이 뒤섞이는 한 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뿐.

 

페리를 타면서 한 커플에 눈길이 갔다. 무표정한 아내(?)와 그 옆에 뻘쭘하니 서 있는 남편(?). 마치 오랫동안 일하다가 짬을 내서 여행을 온 부부 같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일만 해서인 지 어떻게 여행을 향유해야 하는 지도 잃어버려서 무표정하게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사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읽은 메시지는 그랬다. 나 너무 늙어버린 것일까? 살아가면서 일만 하다가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 지도 잃어버리고 일하는 것 자체가 숙명이 되어버린 느낌. 여행은 그런 숙명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숨만 쉬고는 못 살겠다.

 

 



골든혼의 페리를 타고 이스탄불을 유람하다



블루모스크가 아닌 다른 모스크


 

호텔로 돌아오니 비행 시간에 대기가 애매하다.  예약했던 호텔 Shuttle 버스를 취소하고 택시를 불렀다. 이스탄불 공항 도로는 많이 막힌다. 비행 시간에 겨우 맞추어서 공항에 도착한다. 면세점을 둘러 보았지만 끝내 내가 찾던 머그컵은 찾을 수가 없다. 머그컵. 7년 전 업무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이스탄불에서 Day Tour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공항에서 산 빨간 머그 컵. 터키의 색채가 물씬 풍겼던 빨간색 컵인데 바닥에 떨어트려 깨져 버렸다. 그 컵을 사려고 그랜드 바자르에서도 뒤져 보았고 공항에서도 찾아 보았으나 결국 찾을 수 없다. 할 수 없지. 155분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떠난다. 누나는 아마 다시는 이곳을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스친다. 나는 몇 주 동안 루트를 만들고, 교통편을 찾아보고, 볼거리를 알아보느라 고생한 것을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그렇게 이스탄불을 떠난다.

 

 


이스탄불 아따튀르크 국제 공항.. 이제 돌아간다.



아부다비 공항. 경유지. 너무나 현대적인 시설. 안보이는 동안 뭔가 사재끼는 누님을 막지 못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를 경유한다. 이렇게 루트를 짠 것은 그냥 SkyScanner에서 가장 저렴한 비행 루트가 여기를 경유하는 루트라서 이렇게 한다. 아부다비에서 Transfer하는 시간은 약 한 시간 남짓. 막둥이 팬비트용 연필을 사러 몇 분간 자리를 비웠더니, 누나는 그 사이를 못 참고 뭘 사고 있다. 이거 사면 이 두 박스를 덤으로 준다고 자랑을 하신다. 결국 덤으로 받은 두 박스 중에 하나는 우리 집으로 가져가서 잘 먹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에너지 제로다. 움직일 힘도 없다. 이 와중에 누나는 동서울로 가서 속초까지 더 가야한다. 공항버스를 타고 수원에 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간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안방에 누우니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난다. 뼈에서 찬바람이 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나도 늙었구나.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많이 나가고 많이 돌아보자.

 

나의 여행을 도와 준 여행 가이드. 여행을 마칠 무렵 누님에게 갔다.

 

여행.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간 것 같다. 세상을 살아보니 노예처럼 굴종의 삶을 강요 받는다. 살아있다고, 잠시나마 나는 자유인이라고 외치고 싶고, 자유인으로 숨 쉬고 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여행을 꿈꾼다.  ..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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