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침대 칸이 있는 기차 여행, 그리고 카파도키아

 

기차는 밤새도록 어디론가 이동한다. 선잠을 자다가 깨면 어딘가의 간이역에서 잠깐 섰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아마 지나치는 역 중에는 파묵칼레의 역도 있으리라. 우유빛 온천에 발을 담그지 못해서 아쉽다. 기차의 침대에서 자는 잠치고는 그래도 푹 잤다. 전날 땡볕의 강행군이 한몫 한 것 같다. 깨어보니 5시를 지나고 있다. 도착 2시간 전이다. 도착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다. 누나가 역무원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보더니 연착~! 1시간쯤 늦어진단다. 터키의 기차 여행은 저렴하고 밤을 이용한 이동으로 숙박비도 절약할 수 있는 반면에 예정된 시간은 시간이고 출발과 도착은 자기 마음이라는 단점이 있다. 안내도 안 해준다. 알아서 눈치껏 간다.

 

콘야는 부르사에서 보았던 세마 의식의 본고장이다. 메블라나교의 발상지. 일정 계획을 짜면서 콘야에서 1박을 하면서 메블라나교 사원이나 관광지를 더 둘러볼 생각도 있었으나 여행 계획이 보름쯤 되면 모를까?

 

콘야의 기차역에서 내리니 12시간 40분의 승차시간. 콘야의 아침은 서늘하다. 셀축과는 또 다른 날씨다. 터키에는 항상 7 Season(7개의 계절이 상존)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기차역은 소박하다. 별 시설도 없다. 터키 중남부에서 비교적 큰 도시인데도 기차역은 작다. 안내책자를 얻어서 오토가르까지 버스로 이동하려 했으나 안내소도 안내책자도 없다. 예쁜 무슬림 아가씨에게 오토가르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I am also stranger.”(나도 여기 처음이야).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오토가르”. 달린다. 구글 맵에서는 가까운 거리였는데 꽤 한참을 달린다. 38TL(리라). 비싸다. 터키에서 지불한 택시비 중 가장 비싸다. 바가지인가?

 

콘야의 오토가르(버스 터미널). 뭐 이렇게 작냐? 몇 개의 오토뷔스 회사에 요금을 물어 본다. 처음 물어 봤던 회사는 요금은 45TL, 잠시 다른 오토뷔스 회사의 금액을 물어보고 다시 오니 30TL을 부른다. 표 끊고 탑승.

 

콘야의 기차역. 작다.


왜 이러고 사진을 찍는거여?

 

셀축과 달리 넓은 고원지대를 달린다. 끝없이 이어진 길. 여기는 크루즈 컨트롤이 필수겠다. 3시간을 달려 네브쉬히르의 오토가르(터미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도착하면 괴레메 연결편이 바로 있을 줄 알았다. 오토뷔스를 이용하면 터미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세르비스)이 공짜(Free Ticket). 바로 있을 줄 알았던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은 텅 비어 있다. 물어봐도 모른다. 한 참을 헤메다가 어떤 젊은 무슬림 청년에게 물어보니 Too Late~! 젠장~! 결국 돌무쉬를 타고 네브쉬히르 시내로 이동. 택시가 50TL이면 괴레메 숙소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을 쌩까고 돌무쉬에 오른다. 가고 또 가도 어린 돌무쉬 기사는 우리더러 내리라는 말을 안 한다. 한참을 갔을 무렵, “내려”. 내리니 또 어디로 가야하나? 내린 정류소의 노선버스에 괴레메 행 버스가 없다. 다시 물어보니 여기 말고 저쪽 정류소. 또 배낭과 가방을 질질 끌고 이동한다. 밤새 이동하고, 버스로 또 3시간을 이동하니 피곤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 물어본다. 선글라스를 낀 젊은 아가씨가 말한다. “10분 후에 올거야”. 멀뚱하니 서 있으니 괴레메 팻말을 붙여 놓은 하얀 돌무쉬가 온다. 반갑다.

 

네비쉬히르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돌무쉬에서..


괴레메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일정 체크..


드디어 도착한 호텔.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살려서 만든 호텔인데.. 일종의 자연 파괴..

 

30분쯤 달리니 카파도키아의 특별한 지형이 눈앞에 나타난다. 차는 무심히 달린다. 괴레메 정류장 도착. 호텔까지 걸어야 하나? 지치는데? 여행 안내소가 보인다. 이 호텔 어디냐? 예약했나? Yes! Free pick up service 불러줄까? Free? Yes!. 불러줘. 지쳐 있었는데 잘 됐다. 괴레메의 호텔은 이번 여정 중에 가장 비싼 호텔을 잡았다. 전날 기차 여행이 있고 15시간 이상을 이동하였기에 무척 피곤할 것 같았다. 그래서, 넓고 시설 좋은 호텔을 잡았다. 체크인 하고 투어 상품을 소개해주는데 비싸다. 셀축의 간이역에서 만난 빡빡이 대학생이 준 정보보다 훨씬 비싸다. 다른 곳에서 벌룬 투어를 예약할 생각으로 투어 상품은 패스하고 객실로 들어간다. 피곤 피곤 피곤.. 둘이 널부러져 한참을 쉰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빠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의 침식 작용으로 생성된 독특한 지형을 열기구를 타고 보는 투어 상품이 단연 인기다. 독특한 지형의 계곡을 MTV를 타고 가보는 것도 좋다. 직접 걸어서 로즈벨리나 파샤바를 가보는 것도 좋다. 몸은 힘들지만 괴레메에 체류하는 약 24시간 동안 가장 유명한 곳과 상품은 다 체험해 보았다. 결론은, 카파도키아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만한 독특한 지형과 훌륭한 Nice View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그 훌륭한 자원을 조금씩 갉아먹는 느낌이다.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자연 환경으로 먹고 산다는 느낌이랄까?

 

기운을 차리고 투어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간다. 50미터쯤 갔을까? Tour Agency가 보인다. 괴레메에는 벌룬 투어(열기구 체험)MTV, 각종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Tour Agency가 수십 군데가 있다. 호텔이 메인 거리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이 Tour Agency도 여행사들이 밀집한 거리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셈이다. 좀 쌀래나? 들어가서 물어본다. 벌룬 투어 얼마냐? 100유로. 호텔에서 50미터 걸어왔는데 호텔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30유로나 싸다. 셀축의 빡빡이 학생이 얘기해 준 가격과 동일하다. 벌룬 투어를 예약하고(카드로 하니 5유로 더 달랜다.), MTV를 물어보니 멀뚱히 우리 둘을 쳐다보더니 100TL!, OK! 언제 할건데? Right Now~! 전화하니 Pick up하는 무슨 리어카 같은 차가 온다. Agency에서는 100TLMVT 대여, 안내, 보험이 모두 들어 있다고 하더니 장비 대여소에서는 보험은 없는 비용이니 알아서 하라고. . 걍 타지 뭐.. MTV 탈만은 했지만 안전에 신경이 쓰이는 나로서는 좀 위험하다. 운동 신경이 없거나 여자가 몰다가 사고내기 딱 좋다.

 

MTV를 타고 거리로 나가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다. 누나는 무섭다고 GuideMTV를 탄다. 얼마쯤 갔을까? 저만치 구멍이 숭숭 뚤린 절벽이 보인다. 가이드가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린다. 이 친구에게도 영어는 외국어고 나도 외국어이니 어렵다. 단지, 기독교도들이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했고 동굴과 바위에 구멍을 뚫고 살았다는 정도를 알아 듣는다. 바위가 석회암이 있어서인 지 손으로 문지르면 쉽게 부스러져 가루가 되어 구멍을 파기가 쉬울 것 같다. 피곤함이 겹쳐서 사진을 찍는 둥 마는 둥 하니 다시 가잔다. 누나는 내 뒤에 타랜다. 내 뒤에 태운 이유가 있었다. 맨날 똑같은 가이드를 하니 지겨운가 보다. 가는 길에 MTV를 가지고 온갖 오도방정을 떤다. 묵묵히 따라간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Love Valley. 계곡은 정말 신기하다. 어쩌다 이런 지형이 만들어졌을까? 수 백만 년, 영겁의 시간이 이 같은 풍경을 만들었으리라. Rose Valley로 이동하니 벌써 어둑어둑하다. 대여소로 돌아와 MTV를 반납하고 천천히 시내를 구경한다.

 

누나의 사진에는 셀카로 이렇게 찍은 사진이 많다. 가이드 뒷좌석에 앉아 찍은 사진.


.. 독일군 같다. 



Love Valley의 풍경들. 사람들을 끌어 들이기 충분할 만큼의 Nice View를 선사해 준다.

 

한국 식당도 있고, 많은 Tour Agency가 있다. 어느 식당 앞에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중국이나 한국의 대학생들의 배낭 여행 같다. 내가 여유가 좀 있었으면 그들에게 밥 한 끼라도 사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좀 먹긴 먹었나 보다. 누님이 고르고 골라 들어간 식당이 술탄 레스토랑(Sultan Restaurant). 맛은 뭐 그닥.. 배를 채우고 나온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과일이나 좀 살까 싶어 근처 상점에 들른다. “안녕하세요젊은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추리닝 바람에 과자를 고르고 있던 한국 아가씨와 만난다. 이 친구를 다음 날 벌룬 투어에서 만나고 열기구도 같이 타게 된다. 백일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왔단다. 혼자 여행을 다닌다니 대단하다.

 

호텔에 돌아오니 리셉션 데스크에서 부른다. 벌룬 투어 예약했지? 했지. 05:20Pick up이지? 그렇지. Tour Agency에서 연락이 온 모양이다. Pick up 시간이 04:50분으로 바꿨단다. 벌룬 투어는 새벽에 모여 열기구를 타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재미가 좋다. 어제 밤부터 이동하고, 이곳에서 MTV를 타고 여행이 중반으로 접어드니 피곤하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욕조가 있는 객실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 힘드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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