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셀축은 기원전부터 번성했던 도시이다. 터키 여행 루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 식당도 2군데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 천년 전의 영화를 간직하고 있을 뿐 마을은 크지 않다. 조상들이 남긴 과거의 유산으로 살아가는 듯 하다.

 

http://istanbul.tistory.com/entry/%EC%97%90%ED%8E%98%EC%88%98%EC%8A%A4Ephesus-%ED%98%84%EC%9E%AC%EB%AA%85-%EC%85%80%EC%B6%95-SELCUK

셀축에 대한 자료

 

조그만 호텔, 우리나라로 치면 펜션 같은 숙소에 투숙객은 우리밖에 없다. 아침 식사하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다. 관광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 지 음식도 인스턴트 위주로 그냥 저냥 배를 채운다. 호텔 메니져는 에페소 관광루트를 알려준다. 에페소와 아르테미스 신전을 보고 쉬린제 마을로 넘어가는 루트를 잡아본다. 루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먹는 거이 남는 거임. 잘 먹자. 이 날, 허벌나게 걸었다.

 

에페소 관람은 보통 북쪽 게이트로 택시를 타고 가서 남쪽 게이트로 나와서 돌무쉬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택시 요금은 약속된 바가지 요금이 적용된다. 비싸다. 어쩔 수 없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 한 무리의 독일 노인 여행객들을 따라 귀동냥으로 해설을 들으며 이동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기원전 몇 세기에 세워지고 번성을 누렸던 것들이지만, 역사적 감흥은 글쎄.. 커다란 원형 극장, 도서관 흥미롭다. 수 천년 전의 공중 화장실에는 왠지 2000년 묶은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2월의 지중해의 태양은 뜨겁다. 1시간 남짓 남쪽 게이트로 오는데 헉헉~ 거린다. 살을 빼야지. .

 

에페소의 풍경들


독일 할베들


에페소의 거리


2000년 전의 화장실. 똥냄새가 나는 듯하다.


2000년 전의 도서관.


고대 로마시대쯤의 문자. 인간의 역사란



2000년 전에 이곳에서 살았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란 주문에 지은 표정..은 무슨.. 덥다.


이 사진 왠지 큰누나 같다.


찍어 달래서 머리만


남쪽 게이트에 나오니 돌무쉬 몇 대가 서 있다. 그걸 타고 갈 요량을 하고 있는데, 누나가 지도를 보더니 아르테미스 신전, 멀지도 않은데 걸어가자~! 거리감 없는 우린 누님. 걸어가기엔 좀 먼 거리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도 초행이라 누나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 그러나, 2월의 지중해의 햇살은 뜨겁다. 땀은 삐질삐질, 날은 덥고 두꺼운 겨울 옷, 휙휙 지나가는 차량 행렬.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아르테미스 신전이 나온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그냥 기둥 하나만 서 있는, 뭐 이런 게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7대 불가사의라고 한다. 기둥이 127개나 있는, 건축 기간이 120년이나 걸린 웅장한 건물이라고 한다.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이교도의 신전은 철저히 파괴되고 127개의 기둥에 파괴되어 교회와 사원을 짖는 건축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여기의 기둥을 빼서 500Km나 떨어진 이스탄불의 건축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암튼, 아르테미스 신전은 기둥 하나 보고 끝이다. 

 


사실 볼거리가 이게 전부다. 뒤에 있는 기둥 하나..

 

http://blog.daum.net/rollei66/16884636

사도 요한 교회 & 아르테미스 신전

 

또 걷는다. 셀축 시내로 걸어가다 보니 한국 식당이 2개나 있다. 이 먼 곳까지 한국인이 와서 살아가고 있다. 셀축 터미널에 가서 쉬린제로 가는 돌무쉬를 탄다. 쉬린제 마을은 지중해 연안, 산 중턱의 조그만 마을이다. 원래는 그리스인들이 개척한 마을이나 터키와 그리스의 주민 교환 정책에 의해 현재의 쉬린제 마을이 되었다. 터키에서 그리스풍의 집들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농촌의 관광지가 그렇듯, 처음 관광지로 소개될 때는 소박한 그리스 풍의 전원 마을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상업화된 쉬린제를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온통 상점들을 만날 뿐이다. 좋았던 것은 쉬린제 마을로 가는 동안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올리브 나무의 풍경이다. 쉬린제는 올리브로 만든 와인과  식재료, 비누 등을 팔고 있다.

 

쉬린제에서 다시 한 번 전통 터키식 커피를 맛 보았다. 그리 뜨겁지도 않은 모래에 물과 커피를 넣은 포트를 올려 놓고 기다리면 부글부글 거품이 오르고 그것을 바로 커피잔에 부어 마신다. 무척 쓰고 커피 가루가 입안에 돌아다닌다. 설탕을 넣으려 하니 같이 동석한 이슬람 가족이 넣지 말랜다.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각설탕을 이빨로 물고 커피를 마신다. 원래 그런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말레이지아에서 마셔 본 터키식 커피도 바닥에 커피가루가 한 가득 담겨서 나온다. 스푼으로 섞으면 안된다. 그냥 위에 커피만 마신다. 이 커플은 특이하게 여친과 남친, 그리고 여친의 부모와 같이 여행 중이다. 예비 사위와 장인이 함께 여행 중인 다소 우리가 보기에 의아한 상황이지만 그들은 이렇게 여행 중이다. 내 카메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가격을 알려주니 놀라워했다.

 

Turkish Coffee..







쉬린제에서 만난 커플. 여자친구의 아빠랑 여행 중이다.

 

쉬린제 마을에서 돌아오니 점심 때가 지나 있다. 오전 내내 땡볕에서 걸었고, 쉬린제 마을에서 걸어 다녔더니 지친다. 다리도 아프다. 투어 가이드 책자에 소개된 식당을 찾느라 헤매고, 정작 찾아 갔더니 없다. 옆집 식당 사장이 말한다. 망했어~! 옆집 식당에 털썩 주저앉아 점심을 먹는다. 식당 이름이 오전에 보았던 아르테미스 신전과 똑같다. 점심 먹고 좀 쉰다. 힘들다.

 

오전의 고된 노동을 한 후 점심 식사를 한 식당. 식당 이름이 아르테미스 식당.

 

기운을 차려 사도 요한 교회로 가본다. 사도 요한 교회는 사도 요한이 박해를 피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이곳으로 피신하여 말년을 보낸 곳이라 한다. 그리고, 아르테미스 신전의 기둥을 빼내서 지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교회가 사도 요한 교회. 순례자의 문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서 수 천년 전의 역사적인 기념물들을 더위에 지친 눈으로 물컹하게 바라본다. 더웠다. 2월에 이렇게 더울 줄이야. 언덕 꼭대기의 성벽(투르크인들이 세운 성곽)까지 가서 알뜰하게 본다. 성 안에는 이슬람 식의 사원과 기도처가 있다. 기독교과 이슬람이 공존하는 곳. 특히 이스탄불은 이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오전에 땡볕에서 너무 지친 나머지 예정보다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12일의 긴 이동을 위해 이즈미르로 향한다. 셀축 일정이 끝나고 카파도키아로 갈 예정이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중간에 파묵칼레에 들러서 우유빛 석회석 온천 물에 발을 담가 보겠지만 2월이다. 비수기고 온천 물 다 말랐단다. 그래서 과감히 생략. 셀축에서 바로 카파도키아의 괴레메로 가는 여정을 잡았다.

 

이즈미르로 이동하여 침대 칸이 있는 기차로 내일 아침까지 콘야에 갈 계획이다. 터키 여행에서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예매를 못한 티켓이 콘야까지의 기차 티켓이다. 터키 국철의 온라인 티켓 예매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으나 영어 페이지는 동작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다가 알아낸 것이 이스탄불에 있는 Travel Agency. 이 에이젼시에 내 여행 계획을 알려주고 적당한 기차 일정을 알려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적당한 기차편과 함께 무려 35유로쯤 수수료가 붙은 계산서가 왔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고 이메일로 예약 티켓을 받았다. 인터넷 세상을 세삼 느낀다.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 트램을 타고 술탄 아흐멧역에 도착할 즈음 메일로 예약했던 Travel Agency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넓다.

 

Travel Agency에 보낸 기차표 예매 결재 양식.

 

기차 요금은 대략 45TL정도였던 것 같은데 무려 70유료 결재했다. 여행 일정을 터키에 입국해서 Local Travel Agency에서 정하면 좀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단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아가씨가 그렇게 한 케이스다.

 

셀축의 기차역은 조그맣고 한적한 간이역이다. 호텔에서 우리 기차로 이즈미르까지 간다고 하니 태워준다. 팁을 줘야 하는데 터키 지폐가 없다. 1000원짜리 지폐 5장을 내밀었다. 리라로 치면 얼마쯤 된다는 설명과 함께. 저만치 중국틱한, 머리를 빡빡 깍은 대학생쯤 돼 보이는 친구가 흘끔흘끔 우리를 쳐다본다. 슬금슬금 오더니 한국분이세요? 그런데요? 가방 좀 봐주세요.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변변한 화장실이 없는 간이역. 나도 아까 저만치 가서 뒤돌아서 해결을 했는데 이 친구도 그럴 심산인 모양이다. 잠시 사라졌다가 온 친구는 한국 대학생. 한달 째 여행 중이란다. 체코, 세르비아을 거쳐 터키에 왔고 이제 여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부럽다.

 

Follow me~!

 

따라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애꿎은 시간만 날렸다. 이즈미르의 기차역에서 콘야로 향하는 기차를 타려면 얼마 떨어지지 않는 다른 기차 종착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마치, 경부선의 종착역인 서울역과 영동선의 종착역인 청량리가 조금 떨어져 있듯이. 구글 지도 상으로는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여서 걸어가거나 택시를 탈 생각이였다. 왜 그 아가씨들한테 방향을 물어봤을까? 이즈미르 종착역에서 내리면서, 셀축에서 같이 탔던 삼성폰으로 게임을 하던 3인방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콘야행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았다. 대답이 Follow me~!.. 따라오란다. 20분이나 도심 한복판을 지들끼리 숙덕숙덕거리며 간다. 20? 지도 상으로 그리 멀지 않았는데? 어느 지하철 앞. 우리 지하철 타고 갈 건데 우리도 사실 이지미르 처음이다. ? 터키인의 과잉 친절. 길 찾는 외국인에게 터키인으로서 여기는 처음이지만 안내를 해주고 싶었나 보다. 결국 택시를 타고 알칸스 기차역으로 가자고 한다. 하루 종일 걸었고 이즈미르 공기는 탁했다. 피곤했다. 택시는 어디론가 가더니 커다란 쇼핑타운에 선다? What? 어쩌라고? 여기가 알칸스란다. 트래인 스테이션. TCDD~! ~! TCDD. 택시는 다시 출발한다. 알칸스 TCDD 역 도착. 출발까지는 대략 15분쯤 남았다. 셀축과 이즈미르의 여정은 땡볕에 허벌나게 걸어 다니고, 헤해고, 덥고, 땀나는 여정이다. 여행은 뭐 그런 것 아닌가? 여행이 끝나고 구글 지도에서 이 두 역의 거리를 재보니 약 2Km가 안되었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 택시 타도 10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가량 헤맸다. 시간 여유를 두어서 일정을 잡았기 망정이지..

 

 

이 아가씨들 때문에 이즈미르 거리를 헤매다.

 

이즈미르에서 콘야까지는 기차, 그리고 콘야에서 카파도키아의 심장부 괴레메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 무려 15시간의 이동 계획이다. 침대 칸이 있는 기차를 타보고 싶었다. 이래저래 터키의 교통 수단 대부분을 이용해 본다. 15분밖에 남지 않아서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 누나는 기차를 지키고 나는 부리나케 뛰어 다니며 저녁거리를 샀다.

 

여행 일정 체크 중이다.


바퀴 달린 가방 들고 힘들다.


기차에서 간단한 저녁.


다음 날 아침 콘야에 도착하기 전 아침 식사

 

얘네들은 기차표 검사도 안 한다. 방송도 없이 출발 시간이 되니 기차는 움직인다. 침대 칸 차량에 승객은 우리뿐이다. 아래층과 위층으로 침대가 딸린 기차 칸. 의외로 시설 괜찮다. 기차에서 빵과 음료수로 저녁을 대신한다. 대충 씻고 피곤한 하루를 마감한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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