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10박스의 Turkish Delight, 고등어 케밥

 

알바니스 호텔의 아침 식사는 그저 그랬다. 일주일 전에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묵었던 코프탄 호텔의 아침 식사가 훨씬 훌륭했다. 아침을 먹고 블루 모스크 앞의 3개의 오빌리스를 보러 간다. AD 1세기란다. 블루 모스크가 가니 오후 130분부터 개방이란다. 여기 오기 바로 얼마 전에 이 광장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다. 그 여파인 것 같다. 아야 소피아 성당(지금은 박물관)과 지하 궁전을 둘러 본다. 소피아 성당은 기독교적 양식과 이슬람식 건축 양식이 복합된 독특한 건물이다. 메인 홀의 커다란 문짝은 이집트에서 뜯어(약탈)왔다는 문구가 보인다. 지하 궁전은 동서양의 수많은 격전을 치르면서, 이스탄불이 포위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다. 특색 있는 것은 지하 저장소 어느 한 켠에 이 궁전을 지으면서 죽어간 노예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나도 저 시대에 있었다면 노예 중의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톰카프 궁전과 박물관을 보고 마르마라 해엽이 보이는 Cafe에서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피곤하다. 여행도 젊어야 다니지 힘들다.

 

알바니스 호텔의 아침 식사. 돌아다니려면 든든히 먹어야 한다.

   



아야 소피아 성당(박물관)의 풍경. 이 지점에서 하도 사진을 찍어서 옴폭 패였다.

 

터키의 그 유명한 고등어 케밥을 먹어보기 위해 골든혼(코뿔소의 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으로 간다. 가는 도중에 만난 Turkish Delight를 파는 상점. 누나가 거기에 꽂힌다. Turkish Delight는 우리나라로 치면 찹살떡 같은 것에 고명으로 달콤한 속이나 호두, 견과류를 넣어서 먹는 떡이다. 몇 가지 떡을 골라서 섞어서 종이 박스에 담아서 이거 얼마냐? 그거 얘네들 판매 목록에도 없는 조합이다. 누님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통역하느라 참 애를 먹었다. 머리 속으로 줘야 할 사람을 한 사람 한 사람 카운팅 하더니 결국 10박스가 넘게 산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라고 하지만, 여행 와서는 일상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다.


골든혼으로 가는 길.. 뒤에 보이는 가게.. Turkish Delight를 산 가게다.

 

7년 전에 왔을 때는 골든혼은 온통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등어 케밥을 파는 상점은 모두 정리가 되었는 지 3개의 상점만이 고등어 케밥을 팔고 있다. 그것도 정해진 구역에서만. 말 그대로 인산인해. 돈을 긁어 모으는 것 같다. 케밥은 배에서 만들고 먹기는 선착장에서 먹는 시스템이다. 터키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 무슨 별미는 아니지만 맛있다. 바케트를 갈라 고등어 구은 것을 넣고 각종 야채를 넣고 먹는 어찌 보면 단순한 음식인데 이스탄불의 대명사가 되었다. 인파로 바글바글한 음식점에 쭈그리고 앉아 고등어 케밥을 먹으며 터키 사람의 일상을 구경한다. 골든혼을 Tour하는 페리의 시간을 알아보고 다시 블루모스크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탄다.

 

 



이스탄불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고등어 케밥. 사람들 무지하게 많다.

 

블루 모스크는 커다란 홀에 아무런 장식도 없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블루 모스크는 유리창을 이루는 타일을 부르사 근처에서 생산되는 타일을 가져다 지었는데 이 타일이 햇빛을 받으면 푸른빛을 띄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블루 모스크를 뒤로 하고 어제 갔다가 허탕을 친 그랜드 바자르로 향한다. 그랜드 바자르. 확실히 수많은 상점이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다. 나는 그냥 별 느낌이 없다. 너무 상업화된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 같다고나 할까? 누님은 바쁘다. 이것저것 사야 할 게 많다. 여행은 훌훌 털어버리고 오는 것이라면 누나는 돌아가서 챙겨줘야 할 사람들을 기억하는 여행인가? 점원과 한참을 실갱이를 한 끝에 뭔가를 산다. 돌아가서 잘 나눠주긴 했나?

 

 

여자들은 저렇게 베일을 쓰고 입장해야 한다.


꾸란이 비치되어 있다. 그냥 가져가면 된다.

 

돌아오는 길, 식당에서 빵 몇 가지를 사다가 호텔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한다. 식당에는 과즐메레를 즉석에서 조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할머니가 일을 하고 있다. 과즐메레를 우리나라로 치면 부침개 같은 것인데, 식당에서 관광객 호객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일하시는 할머니와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할머니가 돈을 달라는 표시를 한다. 순간, 고된 노동의 일면을 보았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과즐메레를 구워야 하는 고된 노동을 있다. 얼마 간의 팁을 드린 것 같다. 피곤해서  빵 몇 개를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과즐메레를 만들고 있는 할머니. 두꺼운 종아리에서 고된 노동을 본다.



숙소의 간단한 저녁 식사.

 

하맘에 가고 싶었다. 터키식 공중 목욕탕. 아야 소피아 성당 옆의 하맘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맘의 뜨거운 탕에 몸을 누이고 싶었는데 혼자 가려니 뻘쭘하다. 하맘은 예전에 가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터키탕이 퇴폐적 이미지이지만 여기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렇게 이스탄불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Posted by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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